Football diary

박 선배의 약속

헬레나. 2009. 12. 27. 16:18

어제 저녁 승명이에게 온 문자.

- 누나, 박선배 오늘 중계 뭐하세요?

박선배에게 문자를 보내자 바로 답문이 왔다.

- 번리 vs 볼턴 , 리버풀 경기.

우리 팀 선수가 선배가 중계하는 경기를 보겠다고 했다고 하자

중계 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팀 이야기 해주신다고.

 

그리하여 우리는 밤 11시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잡고 경기를 봤는데,

번리가 주민이 7만명 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임에도 오늘 3만명 가까이 입장했다면서

번리라는 팀도 지역민들과 함께 이런 저런 봉사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올 시즌 강원이 그랬다면서

살짝 언급해주시고... ㅎ 우리는 그밤에 강원 얘기 나왔다며 반가워하며 문자를 주고 받고.

 

그 와중에 승명이는 볼턴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청용아, 골 넣어라한다.

 

성격이 왜 그렇게 좋은 건지.

 

난 나랑 비슷한 또래 친구나 동기가 나보다 넓은 세계에서 잘하는 모습 보면

질투가 나서 그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나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하며

우울해하고 있는데 승명이는 웃으면서 한국축구를 빛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참 착한 선수구나, 동생이구나, 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끄덕끄덕.

 

박선배 평소에 많이 바쁘시진 않냐고 식사 꼭 한번 하고 싶다고

너무 너무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한번 보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마련해서 식사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고.

 

번외지명으로 와서 한달에 100만원도 안되는 돈이 월급통장으로 들어오는 연습생 신분이지만

오래도록 강원FC에 남고 싶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씩, 짓던 그날의 첫 만남도 생각나고.

 

용선이 사진이 제대로 안나오자 옆에서 웃겨주고, 누나 지금 찍어야해요, 하며 셔터 타이밍까지

알려줄 정도로 참 붙임성 좋은 아이, 승명이.

낙타라는 별명처럼 마음까지 여유로운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이고.

 

잘했음 좋겠다.

내년 시즌 2군리그에서.

 

빛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어쨌거나 서먹서먹했던,

그래서 정이 안 갈 것 같다고 생각했던 2군 선수들과도 점점 친해지고

이렇게 정이 드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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