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diary

선물

헬레나. 2009. 12. 27. 20:18

낮잠이 들어버렸고 저녁에 일어나서
인터뷰 일정이 생각나서 문자를 보냈다.
오늘 오후 라디오 인터뷰를 깜빡 했다는.


네했어요인터뷰~~인터뷰한단말도안해주시구...이럼곤란합니다

는 답문이 왔다.


하여 미안하다고 잠들어버려서 연락을 못했다고
이모티콘까지 해서 보냈는데...
괜찮다는 답문이 없어서 나도 삐져버렸다.


딱 한번 실수한건데... 감독님처럼 야단치시네요...
라고 답문을 보내버리고 저녁 내내 퉁퉁 부워있는 중이다.


영화볼 때도 핸드폰을 끄지 못하고
크리스마스날 아침 9시부터 인터뷰 때문에 전화를 받아야하고
밤 11시에 샤워하다가 나와서 젖은 몸으로 전화를 받자
왜 빨랑빨랑 전화 안 받냐는 성질까지 받아야하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법이고
자질구레한 것까지 엄마처럼 챙겨야하는 것이 나의 숙명이거늘.
그러니 엄마는 어떤 불평불만도 해서는 안돼.
다 이해하고 넘어가야만해.

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젊은 20대이기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다.
이렇게 입술을 내민 채 앉아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나서 리모컨을 갖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다가

텔레비전에 해주는 사랑의 레시피를 보았다.
언제였더라.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영화를 봤었지.
한데 어느 나라 비행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나 분명히 기억나는 건, 눈을 가린 채 수저로 음식을 맛 본 뒤
무슨 음식이 들어있는지 알아 맞추고 있던 두 남녀의 모습이다.
 
눈을 감은 채 자신의 혀가 말해주는 미각만 믿고 의지하던
그녀의 모습이 어찌나 섹시하고 아름답던지.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겠지.
그 입술에 키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 순간에 나오던 노래가 전망 좋은 방에 나오던
그 노란 들판에서 흘러나오던 헨델의 아리아다.
 
헨델의 아리아나 드뷔시의 달빛은
첫사랑, 첫키스, 등등 처음과 관련된 어색하고 서툴지만
그 풋풋함으로도 마음을 녹이는 힘을 가진 그런 노래다.
 
트와일라잇에 나오던 두 남녀가 방에서 서툴게 춤을 췄을 때
나오던 노래도 달빛이었지.
 
있다 저녁에는 프라이빗 프랙티스를 보아야지.
이제부터 문화생활도 누리며 나는 내가 되기로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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