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미래의 스포츠 마케터를 위해, 플레이 볼!

헬레나. 2006. 4. 12. 20:50

 

 


 "그리고 우리는 모두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의 자랑스런 어린이 회원이 되어 있었다. 가입비 5000원을 손에 쥐고, 인천체육관 앞에 늘어선 길고 긴 줄을 기다려 마침내 삼미의 스포츠가방을 받아 쥐던 그 순간의 감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어쩌면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박희진(고려대 체육교육00) 씨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희진 씨 역시 어린이 야구팬 회원이 되어 야구장에 처음으로 갔던 그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야구장 냄새. 굵은 실밥이 촘촘히 박혀있던 야구공의 감촉. 큰 것 한방 때릴 때마다 일어서는 관중들의 환호.

 

 이렇게 희진 씨가 느꼈던 최초의 감각은 야구장에서 시작됐고, 그의 야구사랑은 대학에 와서도 계속됐다. 아마추어 야구를 살려야한다며 고려대학교 야구부 카페를 만들어 운영했으며, 박찬호 선수의 도전정신에 감명 받아 LA까지 날아가 박 선수를 만난 경험도 있다.

 

 이런 야구 열정을 바탕으로 그는 KBO 대학생 객원 마케터로 활동했다. 각 구단 별로 12명의 마케터들이 활동했는데, 희진 씨는 두산베어스 담당 마케터 팀장을 맡았다. 지난 3월에는 두산베어스 담당 마케터들과 WBC 대회를 보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 두산베어스 마케터 팀이 열심히 활동한 결과 얻은 부상이라고 한다.

 

 요즘 희진 씨는 진정 팬을 위한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2년에 걸친 미국 어학연수 기간동안의 체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당시 희진 씨는 미국의 스포츠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공부하고 싶어 수많은 스포츠 현장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미국의 4대 메이저 스포츠인 MLB(야구), NBA(농구), NFL(미식축구), NHL(아이스하키) 경기를 직접 보며 현장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경기장 시설, 경기운영 시스템,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 등을 직접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거부한다. 그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희진 씨의 꿈은 스포츠 마케터다. 스포츠 마케터의 분야와 범위는 프로구단 운영부, 일반 기업체의 스포츠 마케팅부서, 스포츠 컨설팅사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크고 넓다. 그래서 "스포츠 마케터가 되고 싶다" 고 하면 "꿈에 빠져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걱정" 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프로 및 아마추어,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과의 조화를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또 현 체육계의 어두운 면들이 '단절'에서 '연계'로 바꿔질 수 있도록 연구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 가족이 함께 경기장에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문화가 형성돼야하는 것이겠죠.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희진 씨, 이제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공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공을 칠 때의 팔의 울림을 생각하며, 2루와 3루를 돌아 쏜살같은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두 팔로 껴안을 때의 기쁨을 떠올리며, 그는 야구공을 기다린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시간이 시작되려고 한다.

 

 자, 플레이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