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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앞둔 김두현, 사랑과 해외진출 모두 잡아라

헬레나. 2007. 12. 5. 22:22

 

이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K-리그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전 김두현 선수가 좋았습니다. 경기 중 관중석을 바라보며 간간히 보여주던 환한 눈웃음과 그때마다 가지런히 빛나는 하얀 치아가 좋았습니다. 팬들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먼저 인사해주던 그의 성품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김두현만의 자신감이었습니다.

 

작년 시즌 초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올해도 K-리그 베스트11에 뽑힐 수 있겠어요?” 김두현 선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죠. “뭐,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하면 3년 연속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물론 그런 생각 하는 것보단 그냥 열심히 뛰는 것만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그저 열심히만 뛰던 이 사람은 결국 해냈죠. 2006 K-리그 MVP의 최종 주인공은 우리들의 영원한 꾀돌이 김두현 선수였습니다.

 

다시 1년의 시간이 흐르고 2007년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그때도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지요. "올해도 열심히 해서 4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에 꼭 뽑히겠어요.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2007 시즌을 정리하는 지금, 그는 또 다시 K-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실력을 다시 한번 모두에게 입증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결혼을 한다네요. 마침 웨딩촬영하던 날 잠깐 방문하여 축하 메시지를 전할 기회가 제게 주어졌습니다.

 

 

 

사진에서도 둘의 사랑이 느껴지지요? 김두현 선수가 신부 정혜원 양을 얼마나 아껴주던지요. 보는 내내 참 많이 부러웠답니다. 아, 참고로 그의 동료 남궁도 선수와 김동현 선수도 들리러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 궁금하신 분은 아래 동영상을 클릭해보세요.

 

 

그리고 오늘(5일) 김두현 선수가 출국을 했네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부에 있는 팀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협상을 위해서 잠시 한국을 떠나게 됐습니다. 갑작스런 출국에 깜짝 놀라며 물었지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 이렇게 오래 한국을 떠 있어도 되냐고요. 그는 “좋은 소식 갖고 일주일 후에 돌아올게요”라는 말로 모든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저는 그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서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축구 하나만 바라보며 노력해왔던 그의 성품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그동안 김두현 선수가 제게 해줬던 이야기들을 잠시 적어봅니다.

 

“좌우명이요? 많이들 물어보는데 솔직히 좌우명 같은 건 없어요. 다들 멋있게 보이려고 준비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냥 매사에 최선을 다하면 되죠. 전 어렸을 때 힘들고 어렵게 고생하며 컸기 때문에 옛날 생각하면 절로 자극이 되요. 어렸을 때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고생 무지 했죠. 축구할 때도 그렇고 가정적으로도 그렇고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방황은 안했어요. 저를 유일하게 인정해주는 것이 축구였고 필요로 하는 곳도 축구였으니까요. 운동하면서 이겨냈죠. 인정받는 게 그저 좋았고 그러면서 축구선수로서 꿈을 품은 거죠. 다행히 하늘에서 좋은 실력을 줬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누구나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다 해도 살 길은 다 있어요. 저는 다행히 잘할 수 있는 걸 빨리 찾은 거죠. 그런 점에서는 복 받았다고 생각해요.”
 
“시기와 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시기와 때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올 수도 또 늦게 올 수도 있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길 바라요. 자신에게 솔직하다 보면 언제든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가장 첫째가 노력이고 둘째가 인내에요. 이 두 가지를 꼭 항상 마음에 담고 자기가 생각했던 꿈을 위해 실천하다 보면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진짜 축구를 잘하던 선수도 한순간에 여자로 망가지고 술로 망가지고 담배로 망가지는 바람에 축구를 그만뒀어요. 그러니까 항상 노력하세요. 어느 정도 잘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에요. 건방져서도 안 되고요. 그렇지만 노력만이 자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보면 누구나 김두현이 될 수 있고 이천수가 될 수 있고 이동국이 될 수 있어요. 언젠가는 자기가 생각했던 축구선수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있는 척, 잘난 척 하는 거 안 좋아해요. 원래는 거만한데 사람들한테 잘 보이려고 아닌 척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버지께 확실하게 배웠어요. 아버지께서 거짓말 하는 거랑 건방진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서 저 역시 그래요. 중고등학교 시절동안 남들 다 한번 씩은 해보는 술 담배를 정말 한 번도 안했어요. 대신 집에 오면 아버지랑 물가 가서 고기 잡고 매운탕 끓여먹고 그랬어요. 사는 스타일 보면 알지만 아버지가 사람 오는 거 또 만나는 걸 좋아하세요. 같이 낚시 다니면서 다른데 눈 돌릴 수 없게끔 아버지가 잘 잡아주셨어요.”

 

“중학교 때 숙소 앞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때까지 참고 견디며 노력하자. 그 문구를 보며 운동했는데 정말로 현실이 돼서 나타났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나도 이제 대표구나’ 하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경기가 끝났는데도 다시 뛸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넘쳤어요. 늘 그때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며 뛰려고 해요.”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에 오른 까보레 선수는 K-리그에서 가장 대단한 선수가 누구인 것 같냐는 제 질문에 "성남의 8번"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김두현 선수입니다. 네아가 선수는 루마니아로 돌아가기 전 이런 이야기를 한 뒤 떠났고요. "김두현은 축구선수로서 너무 많은 능력을 갖고 있어요. 때론 나를 깜짝 놀라게 하지요. 그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해외에서도 분명 통할테니까요. 김두현에게 그 이야기를 꼭 전해주세요."

 

이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그는 영국에서 돌아옵니다. 그리고 곧바로 결혼식을 치러야하죠. 부디 사랑과 해외진출 모두를 가진,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왜냐고요? 그는 그럴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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