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속바다,혹은별들

남자들이란

헬레나. 2008. 1. 10. 16:49

내가 요즘 완전 좋아라하는 태훈님이 조선일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칼럼을 쓰셨다.

 

꽂혔다면, 전화하는 게 남자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 그렉 버렌트가 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남성의 모호한 태도를 대할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는 여성들을 향해 거침없이 직언을 날리는 책이다. 가령 "지난 밤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럴듯한 데이트를 가졌던 그가 왜 내게 연락하지 않는 거죠"라고 묻는다면, 그렉 버렌트의 대답은 뻔하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것이니까."

 

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표현 하나. '방금 직장에서 해고당했거나 그의 스포츠카를 누가 훔쳐간 것이 아니라면, 남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연락을 해온다. 단, 당신에게 관심이 있을 때.'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는데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내게 묻곤 한다. "왜 그가 연락을 하지 않는 걸까요?" 나라고 대답이 달라지겠는가? 그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을 뿐"이라고 답하는 수밖에.

 

여성들이 "왜 그 남자가 연락하지 않는 걸까"라고 질문하게 되는 상황에는 늘 정해진 패턴이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렇다.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곧 상대에게서 연락이 올 것 같아요. 며칠 전의 데이트가 흠잡을 것 하나 없이 훌륭했으니까요." 과연 그럴까? 데이트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순전히 그녀만의 착각이다. 맛있는 음식,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고, 첫 만남이 마무리 될 때쯤 남자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전화 드릴게요." 집으로 돌아오며 여자는 콧노래를 부른다. '완벽해, 완벽해!' 다음날, 아니 늦어도 그 다음날쯤에는 남자에게서 연락이 오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이틀, 일주일이 다 되어도 그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는다. 이쯤 되면 여자는 혼란에 빠진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거지? 그 날의 데이트는 완벽했어. 대화도 잘 풀렸고, 내 빛나는 유머 감각에 그는 계속 웃음을 보였고. 그렇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확실해. 회사에서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거나 몸이 심하게 아픈 걸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분명히 연락이 올 거야.'

 

안됐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오판이다. 앞서 그렉 버렌트는 충고 했었다. 직장에서 잘렸거나 새로 산 스포츠카가 도난 당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남자들이 데이트에서 대화에 동참하고 멋진 웃음을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게 만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남자란 흥미 없는 이성 앞에서도 일단은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길 원한다. 사랑을 느끼지 않는 이성과도 섹스를 꿈꾸는 수컷의 본능에서 유래된 특성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한 원맨쇼를 선보인 후, 앞에 앉았던 여성에 대한 판단은 전혀 별개의 수순으로 진행한다. 이런 식으로, '여자 친구로 삼기엔 별다른 매력이 없는 여자군. 그저 오늘의 데이트는 내 매력이 여전함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하자.'

 

두 번째 유형은 몇 번의 데이트 후에 계속 연락하고 지내지만 그게 전부일 뿐인 관계다. 겉보기엔 뭔가 시작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감돌지만, 진도가 나가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전화가 걸려오고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갈 뿐이다. 남자가 "마음에 든다" 같은 고백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자는 기다린다. '그래 이 남자는 내성적인 성격일 뿐이야. 시간이 지나면 곧 용기를 내서 대시를 해오겠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이건 '테트리스 콤플렉스'다. '긴 블록'이 나오기만 기다리다 보면 화면에 '게임 오버!' 뜨는 건 시간문제다. 남자들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둔 어린아이와 같다. 절대로 아껴 두고 먹는 법이란 없다. 상대 여성이 마음에 들었다면 마치 누군가가 훔쳐갈까 두렵기라도 한 듯 최단시간 내에 승부를 보려 한다. 그렇다면 관심도 없으면서 전화는 왜 계속 하느냐고? 버리긴 아깝고 갖긴 미흡하니까.

 

남자는 생각한다. '지금 만나는 다른 여자가 없으니 전화 통화나 몇 번 하다가 기회 되면 '하룻밤의 사고' 정도로 마무리하자.'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대단히 재수 없지만, 진실이 결국 그대들을 자유롭게 하리라.

 

당신에게 조바심이 들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면, 이미 그와의 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정답이다. 아! 물론 그가 뒤늦게 이런 전화가 걸어온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글쎄 직장에서 잘리던 날 재수 없게 차까지 도난 당했지 뭡니까!"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yesterdaybefore@hanmail.net]

====================================================================

 

태훈님께서 친히 내 모든 궁금증을 이렇게 한번에 해결해주시는구나.
오프라 윈프리쇼에서 "그 남자 도대체 왜 그러죠?"라고 방청객들이 물을 때

그렉 버렌트는 웃으며 말했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어요!"

 

방송 내내 그 말만 수십 번을 들은 듯 하다.

 

그리고 이제는 나역시 그날의 방청객처럼 냉정한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도 잘 가야지.

대신 예쁘고 아름다운 글 많이 쓰는 사람 될게요. 

 

그렇지만 보고 싶어요.

당신 얼굴, 당신 목소리, 그리고 웃음 소리까지.

'하늘속바다,혹은별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0) 2008.01.12
헌혈, 샤브샤브, 그리고...  (0) 2008.01.12
피아노 치는 남자  (0) 2008.01.08
그런 사람  (0) 2008.01.07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꼭 해야 할 50가지 일  (0) 200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