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쓰는 사람

스무살의 꿈

헬레나. 2006. 3. 27. 00:17

 

 

 내게도 새내기던 시절은 있었다. 그 당시 난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라는 인사를 매일같이 해야했고, 새터에서 안타깝게 죽은 선이를 생각하며 입학식을 치뤘다. 배가 터질 때까지 막걸리를 마신 뒤 괴로하며 토하기도 여러 번. 입학 첫 달에는 등록금 투쟁에 관한 전단지를 들고 집에 갔다 운동권이 될 생각이냐며 부모님께 밤새 야단을 맞기도 했다.

 4월 18일날 달렸던 수유동의 밤거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연전 날 단상 위에서 교가를 부르다, 이렇게 응원하는 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흘렸던 눈물 역시. 그리고 11월, 내 손으로 학생회장을 뽑고 마지막 학기말 시험을 치루는 것으로 새내기 시절은 끝났다.

 만약 가슴 뛰는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우선 매일 꾸준히 달려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해보리라. 달리는 것만큼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없으니. 첫 방학은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나만의 내셔녈 지오그래픽을 만들어야지. 비행기 값은 어떻게 마련하냐고? 당연히 내 힘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마련해야지! 그때문에 수많은 미팅, 소개팅과 안녕을 고하겠지만, 원래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아낌없이 버려야하는 법.
 
 신문은 꾸준히 읽되, 현상의 본질을 고찰하며 보리라. 깨어있는 의식으로 사건을 해부할 줄 알아야지. 또 귀찮더라도 매일 일기를 쓰며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테야. 젊은 날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서를 편찬하는 것과 같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거든.

 매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것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으므로, 직접 그림자에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리라. 월드컵에 사용되는 피버노바를 만들기 위해 손이 다 터져버린 아이들. 초콜릿 재료인 카카오를 따기 위해 희생된 아이들. 전쟁과 기아, 전염병과 극심한 노동에 노출된 아이들. 그렇게 고단한 삶 속에서도 반짝이는 눈빛을 간직하고 사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록해야지. 그리하여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들의 삶을 널리 알려 그 아이들이 더 많은 세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들테야. 그런데 만약 작업 도중 풍토병에 걸린다면? 아아,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보자.

 참, 마지막으로 연애가 빠져서는 안되겠지. 수업이 끝나면 같은 수업을 듣던 그 아이에게 가서 영화티켓을 건네리라.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은데, 시간 괜찮니?“ 라고 말해야지. 그 아이와 잘되지 않더라도 연애는 꼭 해볼테야. 

 입학 전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틀어준 홍보영상물 속의 선배는 이렇게 말했지.

 "대학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 대학에 와서 세상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무살' 이라는 청춘의 빛남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