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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됩시다" IFA 스포츠 대표, 김민재 에이전트

헬레나. 2006. 4. 9. 17:49
“일선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뛰는 저는, 스포츠 에이전트죠.”

진부한 서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소개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법. ‘제리 맥과이어’의 주인공 제리는 자신의 직업인 에이전트를 그렇게 설명했다. 

프로선수를 관리하고, 그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이 땅의 에이전트가 할 일이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성실과 진실, 그리고 인간애가 깔려있다. 

땀은 솔직하다. 따라서 거짓과 위선으로 얼룩진 스포츠는 결코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트들에게는 늘 진정성이 요구된다.  

“우린 같은 배를 탔어. 우린 이제 하나야. 같은 배를 탔다고! (We together on this. You know what I'm saying'?  We gonna be one the both of you. You know?)"

제리와 계약한 유일한 선수였던 로드는, 그를 한 배를 탄 동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곳 한국에도, 그런 믿음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꾸려나가는 에이전트가 있었다.   

바로 IFA 스포츠 대표, 김민재 에이전트(38세). 직업 특성상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일까. 인사를 나누는 순간, 푸근한 사람 냄새가 실려 왔다.

 



-언제부터 에이전트로 활동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2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아디다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 특수영업부를 거쳐 스포츠마케팅부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는 계획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1999년에 독일에서 살 집을 구했고, 2000년 초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온 뒤 바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휴가에서 돌아오자 월드컵 프로젝트팀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단 월드컵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잠시 뒤로 미뤘습니다. 제게는 무척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재미도 있었구요.

그 뒤, 월드컵이 끝나고 11월에 계획대로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들과 함께 독일에 갔습니다. 저도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독일 생활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고 일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축구를 했고, 그동안의 경험도 있으니 이쪽 방면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바로 에이전트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3월에 합격한 뒤, 그해 6월에 법인을 만들면서 지금의 회사가 시작됐습니다. 

-에이전트 시험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공부할 때 특별히 어렵다는 생각은 많이 없었습니다. 저희 집 사람도 함께 시험을 준비했는데, 근 한 달을 밤새 공부하더군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친구들도 있었구요. 저 같은 경우 각 상황들을 많이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어떤 선수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연맹에서 해석을 내려주지만 저희도 그 경우에 대해 해석을 해야 합니다. 그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공부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크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첫 부부 에이전트라고 들었습니다.

집 사람은 지금 아들과 같이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당시 방학이라 서울에 왔는데, 시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보고 싶다며 지원을 했죠. 같이 공부하고 시험을 봤는데 합격도 같이 돼 ‘부부 에이전트 1호’가 된 거죠.

현재 저희 회사에서 선수들의 해외진출과 관련된 국제 업무를 구상하고 있는데, 집 사람은 지금 독일에서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 쪽 상황을 항상 체크해서 이야기해주고 있고, 몇 년 후에는 같이 다니면서 국제 업무를 할 예정입니다.

-최근 많은 에이전시가 생겨나고 있는데, 다른 곳과 다르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랜(Plan)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은 이제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프로에 왔기 때문에, 일단 의욕은 넘칩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프로생활을 체계적으로 보내야하는지는 잘 모르죠. 저희는 바로 그런 부분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을 담당하면서 생긴 노하우(Know-how)와 그에 따른 조언들을 지속적으로 해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물론 선수가 그 계획에 맞춰 똑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시행착오 속에서도 선수와 함께 계획을 짜는 것. 그 과정자체가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 세운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어디 가서 “에이전트입니다.” 라고 하면 사기꾼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왜 이일을 해야 할까?’ 는 고민을 했죠. 그때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열심히 하면 된다. 이거였죠. 회사를 설립하면서 제가 세운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첫째,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인정받자. 그동안 에이전트라고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무자격 에이전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협회, 연맹, 구단 등의 시선이 항상 좋지만 않았기 때문에, 일단 에이전트 직업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년부터 계약서상에 에이전트가 대리인으로 사인할 수 있는 곳이 생겼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에이전트가 직업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선수가 먼저 찾아오는 회사를 만들자. 지금까지는 저희가 선수들을 찾아다니면서 계약했지만 ‘우리가 잘하고 있으면 선수들이 먼저 찾아오지 않을까?’ 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계약한 선수가 50명이 넘었고, 올해도 그 정도 되는데, 그중 저희가 다니면서 계약한 선수들이 30명 남짓합니다. 나머지는 먼저 저희를 찾아온 선수들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수가 많아진 것이구요. 앞으로도 계속 그런 부분을 신경쓰려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력을 갖춰야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유럽에 정통한 에이전트와 파트너 쉽을 갖고, 국내 스포츠 마케팅 회사와 지분을 섞는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죠.

-짧은 시간에 성장을 했습니다. 몇 가지 자랑을 해주신다면.

일단 저회 회사는 자료가 많습니다. 다 저희가 노력하고 수집한 결과죠. 연맹 사이트에도 나오지만 저희도 매 경기마다 각 구단별 선수들 기록을 다 입력합니다. ▲선발출장 ▲교체출장 ▲출장시간 ▲득점 ▲어시스트 등을 일일이 입력하기 때문에, 나중에 버튼 하나 누르면 누가 경기에 많이 나왔고, 누가 몇 분을 뛰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매해 진행되는 연봉협상 때문에 이런 자료를 만들게 됐습니다. 가끔 50%, 100% 인상을 쉽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이해합니다. 운동을 오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창 때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 이유 때문에 구단에게 무작정 많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면 구단에서도 받아줄 수가 없겠죠.

그래서 연봉협상 때마다 저희가 만든 데이터를 표로 만들어서 합리적인 금액을 산출, 구단에 제시합니다. 저희가 고민해서 얻은 체계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양 쪽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적도 많구요. 그렇지만 더 체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좀 더 전문성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선수가 지닌 상품성 때문에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광고를 따올 수 있을 텐데, 저희가 몰라서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폰서쉽에도 능력 있는 사원의 확보가 필요하겠죠. 또 DB구축에 유능한 전문가도 필요하구요. 일단 저희가 게임 보고 선수들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최소화해야합니다. 이렇게 저희가 사무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럴 때도 회사는 체계적으로 돌아가야하구요. 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조직력 확충을 하기 위래 노력 중입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팀워크, 바로 직원들 간의 믿음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 않고 합심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금 고생해서 잘 해놓으면 나중에 그 성과가 다 온다. 집착하지 말자.” 고 다독였는데, 제 말을 믿고 여기까지 따라온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는 선수와 구단 사이를 연결하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가 생각하는 에이전트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좋은 예로 이번에 김용대가 성남으로 이적을 했습니다. 그 이적을 양 쪽 구단에서 저희에게 위임해, 저희가 맡아서 진행했습니다. 사실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선수의 대리인이 될 수 있지만 구단의 대리인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직업이 선수들을 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항상 구단도 생각해야합니다. 구단이 있어야 선수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축구인 출신 에이전트라서 더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전부 축구를 했던 사람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때문에 선수들의 움직임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죠. 또 저희는 항상 승부가 아닌 게임 전체를 살펴봅니다. 골을 넣으면 잘하고, 못 넣으면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죠.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누구냐?’ 를 늘 눈여겨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겠죠. 다음으로는 저희 선수들이구요. 당장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선수생명입니다. 선수들이 다치면 구단에서 지정한 병원을 다니는데, 저희도 병원을 하나 정해 저희 선수들이 원할 때마다 체크할 수 있게 합니다. 또 휴가기간에는 혼자 운동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저희는 휘트니스 센터와도 연결, 그곳에서 운동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늘 선수들을 위한 준비를 신경써서 하고 있습니다. 

-신뢰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셨는데, 선수 때문에 마음 아팠던 적은 없었나요?

몇 번 있죠. 한 선수가 제대하면서 원 소속팀에 복귀를 해야 했는데 그 팀에서 이적을 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죠. 그 때문에 저희가 이적을 준비하던 중, 다른 팀과 맞 트레이드가 됐습니다. 그런데 워낙 그 팀 멤버가 쟁쟁해 게임을 뛸 수가 없었죠. 결국 선수도 힘들어했고 저희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단을 잘 이해시켜서 그 선수가 뛸 수 있는 팀을 살펴본 뒤 임대를 진행했죠. 원하는 곳으로 임대도 잘 진행돼 선수, 가족, 구단 모두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후에 임대기간이 끝나고 다시 원래 팀으로 복귀해야했는데 그것보다는 이곳으로의 이적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마침 구단과 이야기도 잘 됐고. 이제 이적료와 연봉만 조율하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무실로 찾아와서 계약기간이 남았는데 에이전트 계약을 그만하자고 하더군요. 선수 마음이 돌아선 거였죠. 평소 선수가 원하는 것을 저희가 못해줄 때는 저희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의 바람대로 해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구요. 후에 저희끼리도 회의를 한 결과, 떠난 선수는 잡지 말자라는 결론이 나와 해지서를 써줬습니다. 그래도 잘되길 바랐는데 결국 이적 못하고 원래 팀으로 가서 운동을 하게 되더군요.

에이전트가 어떤 계획을 제시했을 때, 그것이 마음에 들면 선수로서는 동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할까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죠. 선수를 관리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합니다. 축구 밖에 모르는 선수가 제대로 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우리 일인데, 판단을 잘못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선수 생명은 죽는 거예요.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때문에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도 마음 뿌듯한 일화는 많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많죠. 그게 이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인걸요. 연봉협상이 다 끝나면 선수들이 밥 산다며 사무실로 찾아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그때마다 보람을 느끼죠.

(조)원희 같은 경우 상무에 있을 때부터 저희가 관심 있게 봤고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작년에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돼, 이란전 경기를 앞두고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감이 좋다”고 “잘 뛰어라”고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벼락같이 골을 넣었죠. 원체 성실한 선수라서 빛을 보게 된 거죠.

그런데 유명세를 타면서 몇몇 곳에서 전화가 왔나봐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테니 제 에이전트와 이야기하세요.” 라고 했더라구요. 원희는 정말 부모님이 잘 키우셨어요.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어디 내놓아도 안심되고 자랑하고 싶은 선수죠.
 
(이)천수도 참 기특해요.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하고, 함께 밥을 먹는데 천수가 그러더군요. ‘우리 사무실’ 이라구요. 요즘도 인터뷰 때 ‘우리 사무실’ 이라고 하는데 언제나 그게 참 고마워요. 우리와 한배를 타고 있다는 걸 공감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거죠.

(최)진철이 역시 늘 고마운 선수죠. ‘혹시 적자를 보지 않나.’ ‘운영은 잘 되고 있나’ 하며 항상 회사 걱정을 많이 해줍니다. ‘선수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조언도 많이 해주구요. 사실 진철이 같은 경우, 굳이 저희와 계약을 맺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도 저희와 계약을 맺고 모든 것을 다 맡겼습니다. 나중에 은퇴 후에 진철이가 선수 출신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지금 계획 중에 있습니다. 최대한 도울 생각입니다.

이번에 대표팀 전지훈련 때 진철이가 그러더군요. “고생 많이 하고 있으니 한국 돌아가면 우리 애들 술 한 잔 사줘요” 라고. 그래서 도착한 날 저녁, 진철이, 재진이, 원희, 그리고 회사직원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천수는 힘들어서 링거를 맞느라 못 나왔구요. 그날 선배 게임을 했는데 정말 재밌었죠. 재진이가 "선배 게임하자" 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철이 일어나. 진철이 앉아.” 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죠. 진철이는 “네.” 이러면서 일어났다, 앉았다 했고.

그런데 원희는 원체 착하고 예의 바른 애라 이런 장난도 어렵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자리에 있기가 힘들었는지 자꾸만 안 오려고 하더라구요. 진철이가 오라고 해서 결국 나중에 원희도 선배 게임에 합류했지만서도. 어쨌거나 그런 자리가 참 좋았어요. 저희 회사에서 이번 전지훈련 기간 중 홍콩이랑 미국은 대표팀을 따라 움직였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이 얼마큼 고생했는지 다 알았기 때문에 수고 많았다고 더 격려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지고 온 축구화가 다 닳아 미국까지 가서 전달해줬다는 기사가 기억납니다.

떠날 때는 준비를 다 해서 가지만, 돌발 상황들은 항상 나오는 법입니다. 전지훈련이 워낙 길었던 터라 가지고 간 물품들을 다 써 부족한 상태가 됐더라구요. 그래서 이승태 부사장은 홍콩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전해줬고, 한재원 이사 같은 경우 자기 짐 대신 가방 한 가득 축구화만 싣고 LA에 갔죠. 그런 일도 저희가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이번 월드컵 때 저희 직원들 모두가 독일에 갑니다. 현지에서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러 계약을 맡아서 하셨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계약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천수의 경우겠죠. 제가 아디다스 출신이다 보니 처음에는 브랜드 건으로 천수와 이야기를 하게 됐죠. 그러다 천수가 저희를 믿고 일을 맡겼고, 이적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에 따라 이적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대표팀에 소집돼 한국에 왔을 때도 “힘들다. 빨리 스페인에서 나오고 싶다” 고 했고, 그 때문에 저희가 스페인에 가서 모든 준비를 만족하게 한 뒤 돌아왔습니다. “의리를 지키자. 울산에 가는게 맞다” 는 생각 때문에 울산으로 가기로 결정도 했구요. 사실 처음에 천수가 이적할 당시 계약서를 보면 우산협상권이 울산에 있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꼭 울산에 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른 구단이 돈을 더 많이 준다면 그곳에 갈 수 있죠. 돈을 많이 주면 선수가 움직이는 곳이 바로 프로니까요. 선수입장에서도 자기 몸값이 인정받을 때 움직여야하구요. 그렇지만 저희는 일단 의리를 지키고 싶었고, 원래 소속팀에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결정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통화 내용을 살펴보니 감이 안 좋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비행기 표를 알아본 다음 바로 스페인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이적이라는 게 그때, 그때가 아니면 상황이 완전히 바뀔 수가 있어요. 중요한 이적 같은 경우 시간 싸움도 있구요. 그런데 스페인과 시차가 있다 보니, 우리나라 구단 관계자와 제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의하느라 서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3박 4일 동안 고생 꽤 했죠. 그렇지만 큰 이적 건이었기 때문에 한국과 다르다는 점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사상초유의 무적선수들도 발생하는 등 열심히 일하는 에이전트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사건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 참 많이 아쉽고 안타깝죠. 몇 년 후면 에이전트 업종도 정리돼, 진짜만 살아남아 일을 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사실 이 일을 할 때, 선수와 같이 가야한다는 마인드가 없으면 오래 못가거든요. 부족한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울러 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도태되겠죠. 사실 용병 일을 제대로 하는 곳도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잘 잡아주는 에이전트도 부족하구요.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앞으로 보완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구단과 같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일을 잘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선수와의 신뢰관계와 업무적인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에이전트들이 많다면 그런 일들도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좀 해주세요.

한국 축구에 대한 붐이나, 제리 맥과이어 영화에 감명 받아 이쪽 일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막연한 동경심만 갖고는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전문직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관심만으로는 할 수가 없습니다. 밖에서 보는 세계와 실제 축구판에 뛰어들었을 때 보이는 세계는 다릅니다.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거죠. 시행착오를 굉장히 많이 겪을 지도 모릅니다.

 한 예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잘하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제 막 에이전트 자격증을 땄고, 직접 아르헨티나에 가서 자료를 구해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구단에 연락해 “에이전트입니다. 구단에서 용병 자료를 보내고 싶은데요.” 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거절했죠. 당신 같은 사람들이 보내는 자료만 하루에 수십 건이 된다고. 곧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느꼈고, 수소문 끝에 저를 찾아왔어요.

“좋은 자료를 가지고 왔는데 구단에서 보지 않는다” 고 하길래 “구단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죠. “언어를 알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다 확인시켜줄 수 있다” 고 하더라구요.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그렇지만 당신 말과 인터넷 자료만 보고 80만 불, 100만 불하는 용병과 계약할 수 있는 구단은 아무도 없다. 구단을 먼저 알아야한다. 그리고 구단 관계자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한다.”

그랬더니 한계를 느꼈는지 한숨을 쉬더라구요. 결국 그 인연으로 저희 회사에 들어왔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어도 되고, 축구도 좋아하니까 이 정도 능력이면 이 일을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들어오면 처음에는 많이 힘들 것이라는 거죠. 또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겠구요.

-아무래도 축구선수들이 공인이다 보니 이미지 관리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관리하는 부분이 있나요?

축구선수와 대리인의 관계를 떠나, 운동하는 후배로서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충고를 종종 합니다. “이 부분은 네가 조심을 해라.” “항상 신경 써라” 라는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죠. 물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선수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얼마나 성숙한가?’ 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우리 에이전트 스스로가 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마추어면서 프로 선수들을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프로가 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고, 많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저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늘 마인드 자체는 프로를 지향합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프로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