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속바다,혹은별들

어느 고대생의 안타까운 죽음

헬레나. 2002. 7. 23. 22:30
<소매치기 쫓던 대학생 교통사고사> 연합뉴스

한 대학생이 소매치기를 쫓다 교통사고로 목숨 을 잃은 사고가 발생,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2일 오전 2시10분께 서울 성북구 안암동 5가 산1의2 고려대 교우회관 앞 편도 4차선 도로에서 고려대 행정학과 4학년 장세환(26.휴학)씨가 도로를 건너던 중 마주 오던 서울72마3863 이스타나 승합차(운전자 김정명.23)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 여만에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고대 정문 맞은 편 인도에서 훔친 자전거를 타고 박모(34. 여.의류도매업)씨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던 백모(27.무직)씨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교우회관 앞 도로를 건너다 마주 오던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종암경찰서 교통지도계 김현수(22) 의경은 "사고 발생 한시간 뒤에 40대 택시기사가 장씨의 것이라며 신분증 등이 든 가방을 건넸다"며 "택시기사는 장씨가 소매치 기를 목격한 뒤 자신의 택시에 올라타 `저 사람을 쫓아가라'고 소리쳤으며 사고 현장 부근에서 장씨가 소매치기범을 잡기 위해 택시에서 내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씨는 소매치기 직후 피해자 박씨의 신고로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교통사고 직전 현장에서 18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숨진 장씨는 지난 95년 고려대 농생물학과에 입학, ROTC로 복무한 뒤 현재 행정 학과로 편입해 행정고시를 준비중이었다.

 

장씨의 아버지 장기효(59)씨는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3형제 중 장남으로 나이 에 비해 어른스러웠으며 옳지 않은 일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행시에 합격해 사회에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꿈을 못펴고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플 뿐"이라며 눈물을 흘렸다.(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의로운 죽음’
高大生이 소매치기 쫓다 교통사고

 

이 시대의 청년정신은 살아있었다.

행정고시를 준비중인 대학생이 소매치기범을 잡으려다 교통사고로 숨져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태에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2일 오전 2시 15분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문앞 남종로터리에서 장세환(26·고려대 행정학과 4년)씨가 길건너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던 백모(27)씨를 뒤쫓으려 도로를 횡단하다 승합차에 치였다. 장씨는 인근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오전 5시쯤 숨을 거뒀다.

 

장씨는 이날 주변에서 핸드백을 날치기당한 박모(여·35)씨의 “소매치기다”라는 외침을 듣고 자전거를 탄채 달아나는 소매치기 백씨를 잡기위해 도로로 뛰어들었다. 승합차 운전사 김모(24)씨는 “장씨를 보고 급정거했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시원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목격자 김영배(39)씨는 “길건너편에 있던 장씨가 소매치기를 잡으려고 도로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승합차와 부딪혔다”고 말했다.

 

장씨는 고려대 농생물학과(97학년)를 졸업한뒤 ROTC 장교로 특전사를 지원해 제대했다. 그는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에 투신해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며 지난해 고려대 행정학과에 편입해 행정고시를 준비중이었다.

 

장씨의 아버지 장기효(60)씨는 “세환이는 3형제의 장남으로 불의나 부정부패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언론인 출신인 장씨는 이런 아들이 자랑스러워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것을 말릴 수도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씨의 빈소가 마련된 고려대 안암병원 영안실에는 장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려는 동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kr (문화일보)

 

의로운 죽음 기리는 추모행렬

故 장세환씨 조문행렬[사진=박영대기자]

 

소매치기범을 붙잡으려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장세환(張世桓·26·행정학과 4년 휴학중)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조문 행렬이 23일 줄을 이었다.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총장서리와 장씨의 동료, 선후배를 비롯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일반인 등 약 2000명이 이날 장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 등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 등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고 당일인 22일 빈소를 다녀갔다.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과 김성호(金成豪) 보건복지부 장관,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 이대길(李大吉) 서울경찰청장은 23일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도 이날 장씨의 빈소를 방문, 유가족에게 시민표창과 위로금을 전달했다.

 

김 장관은 "숨진 장씨가 옳은 일을 하다 목숨을 잃은 만큼 의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가족에게 '의사자 예정 증명서'를 전달했다. 의사자로 결정될 경우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족에게 최고 1억4400만원의 국가포상금이 지급된다.

 

이와 관련해 이 서울청장은 "장씨에 대한 의사자 심의 및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고 경위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필요한 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씨의 의로운 죽음이 알려지자 고려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의 글이 잇따라 올랐다.

 

네티즌들은 '지난해 1월 일본에서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李秀賢·26·당시 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중)씨에 이어 또 다시 젊은 목숨이 의로운 일을 위해 스러져간 것을 보고 존경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애통해했다.

 

그가 소매치기, 그리고 삶과 사투를 벌이던 그 시간에 나는 어글리 우먼을 보고, 그래도 잠이 안와 케이블에서 해주는 편지를 다시 보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신문사에서 사진 트레이닝을 하면서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몰랐다. 트레이닝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의로운 죽음을 했던 이수현 선배 생각이 문득 났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명예 졸업장을 줬을까? 고대 이수현 장학회를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그런 생각하면서 집에 왔는데 연합뉴스 싸이트에서 이런 비보를 듣게 되다니.

 

교우회관 앞 도로라. 매일 등하교할 때마다 보는 그 도로에서 한 젊은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선배, 그 소매치기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 있었잖아요. 그렇게 끝까지 잡아서야했어요. 선배의 친구들은, 후배들은, 그리고 가족들은 어떡하라구요. 왜 그러셨어요. 그런 놈, 그냥 될대로 살라고 못본 척하고 지나가시지...

 

우산을 빙빙 돌리며 집으로 가던 나, 이수현씨처럼 의로운 일을 하다 죽어야지, 꼭 남을 위해 헌신하다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서도,

 

인생의 꽃도 못피운 채 한 젊은이가 의로운 일을 하고 떠났음이 더없이 안타깝고, 너무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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