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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희의 어느 특별한 하루

헬레나. 2006. 4. 9. 18:29

 “여기에다 싸인 좀 해주세요!” “오빠, 사진 좀 같이 찍으면 안돼요?”

 

 지난 12월 28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5 삼성 하우젠 K리그 대상’ 시상식. 시상식이 끝나자 조원희 주위로 팬들이 몰렸다. 대표팀 선발 이후 부쩍 팬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을 뒤로한 채 그가 서둘러 가야할 곳이 있었다.

 

 “차가 많이 막히네요. 아이들이 기다릴 텐데…”

 

 오늘 조원희가 가야 하는 곳은 효제 초등학교. 그곳에서 어린이 복지시설 '마가렛의 집' 소속 축구교실 선수들은 ‘1일 선생님’ 으로 변신할 조원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2005년 한 해 동안 조원희는 ▲국가대표 선발 ▲A매치 데뷔전 득점 ▲K리그 베스트11 선정 등 모든 선수들이 부러워할만한 기쁨을 한꺼번에 누렸다. 가히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주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일찍이 “이란전 MVP로 받은 상금 300만원을 좋은 일에 쓰겠다” 고 말한 바 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얘들아, 안녕!” 다소 쑥스럽게 조원희가 인사를 하자 아이들 역시 수줍게 웃으며 화답했다. “몸부터 풀까? 어떻게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 아이들은 조원희의 구령에 맞춰 함께 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체조를 마친 뒤, 조원희는 아이들에게 트래핑과 드리블 요령을 가르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어때? 할 수 있겠어?”  조원희가 틀린 자세를 지적하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 그가 아이 어깨를 두드리며 “잘할 수 있다” 고 말하자 어느새 얼굴은 발그레해진다. “저는요!” “이렇게 하는 거 맞죠?” 모두들 국가대표 ‘원희 형아’ 에게서 배우려는 의지만은 대단했다.

 

“형! 형! 나 잘하죠?”  “오, 꼬맹이, 잘하는데!”  어느새 조원희 선수는 없고, ‘우리 원희 형’ 만 있을 뿐. 조원희가 오른 손을 들자 아이들 역시 오른 손을 들고 하이 파이브.

 

 곧 이어 미니게임 시간. 조원희 역시 ‘축구가 재밌어 시작했다’ 는 순수한 열정만 있던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뛰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은 떠나갈 줄 몰랐다.

 

 

 

 


 헤어지기 전, 조원희는 삼성카드 사회봉사팀에서 준비한 축구공에 싸인한 뒤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로 주었다.

 

 “원희 형 축구 너무 잘해서 멋있어요.” “TV에서 볼 때보다 훨씬 멋있어요.”  “저요! 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원희 형 팬 할 거에요.”

 

 아이들은 조원희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흔들면서 웃었다. '마가렛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수녀님은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며 “조원희 선수에게 무척 감사하다” 고 말했다.

 

 

 

 

 “그동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제 능력이 닿는 한 계속 돕고 싶어요. 에이. 한번 하고 그만둘 거면 시작도 안 했죠.”

 

 순수(Pure heart), 진정성(Sincere), 그리고 인간애(Humanity)를 모두 갖춘 선수, 조원희. 이번 행사를 통해 팬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저도 알아요. 2005년 한 해동안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 앞으로도 열심히 뛰면서 그동안 받은 사랑 다 갚아야죠.”

 

 그날 저녁, 아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참 좋은 날이었다‘ 고 일기장에 썼으리라. 그 중 몇 명은 축구공을 꼭 안은 채, 실로 오랜만에 행복한 꿈을 꿨을지도 모른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난 후에도, '2005년 12월 28일' 은 잊지 못할 날,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그런 날로 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