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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9 청소년대표팀, 제2의 박주영 꿈꾸며 필승각오

헬레나. 2006. 10. 29. 09:12

  10월 22일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구름은 아스팔트 빛을 띠고 있었다. 금세 비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그런 하늘이었다. 결국 파주에 도착할 때쯤부터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파주 NFC는 촉촉이 습기를 머금은 잔디 냄새로 가득 찼고, 그곳에서 초록 잔디보다 더 풋풋한, U-19 청소년대표팀 주전 이상호(울산현대,FW), 박종진(숭실대,MF), 김응진(연세대,DF)을 기다렸다.

  
 이들은 29일부터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소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내일(23일)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1년동안 이 대회만을 바라보며 뛰었다. 그리고 이젠 유종의 미를 거둘 시간. 결전의 그날을 앞둔 지금, 그들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했다. 


 “지금은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지만 막상 인도 가면 많이 긴장할 것 같아요. 음… 사실 제가 이번에 처음 청소년대표팀에 뽑힌 거거든요. 그동안 여기 계속 오고 싶었는데 부상 때문에 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엔트리에 뽑혀서 너무 좋아요. 처음엔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적응도 됐고, 그래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인도 가려고요.” (김응진)

 

 “저는 이번 대회가 두 번째에요. 2004년 당시에는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결승전 앞두고 중국 선수들이 좀 우리를 얕보더라고요. 말하는 거나 표정들 하나하나가 다 그랬어요. 그걸 보시고 박성화 감독님께서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 생각하며 다 하나가 됐고, 덕분에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그렇지만 제가 바로 그전 대회에 나가봤다고 특별히 애들한테 말해줄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경험도 많고 또 대회 준비하면서 국제경기도 많이 해봤으니까요. 게다가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고 형들도 있으니까 제가 리드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죠.” (박종진)

 

 “일단 4강에 들어야 세계 대회에 나갈 수 있잖아요. 저는 올해로 청소년 대표 생활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요,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 내서 돌아올 것 같아요.” (이상호)
 

 사실 ‘아시아의 호랑이’ 라는 별명답게 그동안 우리나라는 아시아청소년대회 우승컵을 놓치지 않았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한다면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그 때문에 기대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아직은 어린 선수들. 어쩌면 그 기대가 부담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당연히 부담은 있죠. 그런데 이번 청소년 멤버가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프로에 있는 선수들도 많고 잘하는 선수들도 많아서 충분히 4강안에는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응진)
 

 “4강 안에 들면 세계청소년대회에 나갈 수 있잖아요. 일단 목표는 그건데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거니까 무조건 우승해야죠. 2등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전 대회 때 형들이 잘해준 것도 있기 때문에 저희가 그걸 이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박종진)

 

 “아시아에서 우승한다는 게 생각보단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동안 형들이 잘해왔잖아요. 그 때문에 무조건 우승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저희로서도 부담감은 당연히 있죠. 그렇지만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프로에서 경험 쌓은 친구들도 많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예요. 충분히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상호)

 

 참 당차다. 그 때문에 할 말은 한다. 적당한 자신감 역시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들의 빛나는 포부에 비해 언론의 관심은 지난 대회보다 적었다. 당장 내일 인도로 떠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으니까. 그래서였을까. 떠나기 전날임에도 파주는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고 또 조용했다.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아직 어리잖아요. 우선 우리가 인도 가서 좋은 성적 내면 신문에도 많이 나오고 사람들도 관심 갖고 알겠죠. 일단은 저희 실력을 보여주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김응진)

 

 "솔직히 청소년대표팀보다는 성인 대표팀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축구팬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가는 거 이해해요. 아직 저희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잖아요. 저 또한 이번 대회 가서 좋은 성적 거두면 관심도 많아지고 많이 사랑 받을 것 같아요." (박종진)

 

 “언제나 스타는 잘할 때 탄생하잖아요. 이번 대회에서 팀이 잘하면 스타도 탄생할 거고 그러면 청소년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늘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중요한 건 다 같이 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으로 함께 뛰다보면 저희 응원해주는 분들도 늘어날 거예요.” (이상호)

 

 우울한 순간도 잠깐. 어느새 “우리 청소년대표팀요…” “저희가 말이죠…” 하며 자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땀 흘렸던 선수들 아니던가. 분명 자랑할 만 하다.


 “저희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월드컵 기간 때 K-리그는 쉬었지만 저희는 소집돼서 운동했거든요. 그때 연습 경기를 많이 했는데요, 보통 그 다음날에는 회복훈련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회복훈련 하고 나서도 슈팅게임이라든지 좀 힘든 운동을 많이 했어요.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다들 실력 면에서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상호)


 “요즘 저희 팀 분위기 좋아요.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세요. 개개인이 잘하는 것보다 팀 전체가 잘하는 게 좋다고. 그러다보니 개인 개인도 잘되고 있고, 개인이 잘되니까 팀도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인도가면 힘들겠지만 다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력으로 잘 버틸 거예요.” (박종진)


 그리고 그 자랑은 서로의 칭찬으로 이어졌다. 미리 준비한 멘트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각자 서로 장점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던졌다.


 “종진이는 공을 찰 때 쉽게 찰 때하고 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해요. 움직임도 참 좋고요. 상호는 키도 작고 체격이 큰 것도 아닌데 몸싸움을 피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잘 부딪히고 밀어붙이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김응진)


 “종진이는 세계대회도 나가보고 저희보다 그런 경험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경기장에 들어가면 움직임이 틀려요. 수비를 제치고 나갈 때 파괴력도 수준급이에요. 응진이는 수비가 타이트해요. 센터 포워드로 뛰는 선수들한테는 껄끄러운 상대에요. 거기다 탄력도 있고 점프력도 좋아서 헤딩 경합할 때 잘 밀리지 않는 장점도 있어요.” (이상호)


 “상호는 일단 체격조건에 비해 다부져요. 게다가 몸싸움도 아끼지 않고 팀을 위해 많이 뛰죠. 진짜 상호 같은 이런 선수가 팀에 필요해요. 똘똘하고 부지런하잖아요. 또 부산컵에서 봤듯이 득점력이 좋아요. 슈팅력이나 득점감각 모두 뛰어나고요. 응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봤어요. 수비 리드를 참 잘하는 친구에요. 사실 그동안 응진이가 한 번도 청소년대표팀에 안 뽑혔잖아요. 그런데 이번 최종엔트리 안에 들었어요. 그만큼 감독님의 신뢰가 아주 커요. 게다가 기본기도 좋아 기량 역시 좋고요.” (박종진)


 이번 청소년대표팀을 맡은 조동현 감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형 스타는 없다. 그러나 다들 기술면에서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거기다 성실하기까지 하다. 역대 청소년대표팀 중에서 단연 최고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선수들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며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렇다. 아직은 대회 시작 전이라 다들 조심스러운 눈치인 듯 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승컵을 향한 희망까지 감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빛나는 샛별들이었다.   


 “숭실대 친구들이 이제 보여줄 때 됐다고 잘하고 와라고 그랬어요. 한골은 넣어야지 뜬다고 했는데… (웃음) 현실적으로 보면 저희 선수들 실력이 다 좋거든요. 그 때문에 주전경쟁 걱정도 있어요. 선수라면 경기장에 뛰고 싶잖아요. 준비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은 뛰게 될 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일단은 게임을 나가게 되면 팀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해서 꼭 우승하게 만들고 싶어요,” (박종진)


 “누가 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가서 뛰는 건 11명이잖아요. 제가 그 11명 안에 들어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가 뛰든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한 마음 돼서 꼭 우승이라는 단어를 갖고 한국 와야죠.” (김응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2연패를 했잖아요. 이번에도 계속 그걸 이어가야죠. 물론 인도가 날씨도 덥고 여건이 많이 안 좋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3연패 할 수 있도록 모든 선수들이 한 몸 한 마음 돼서 노력하려고요. 그곳에서 한국 축구가 어떤 건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파이팅!” (이상호)


 헤어지기 전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그들은 웃으면서 “저희 이름 꼭 기억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상호. 박종진. 김응진. 아직은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그 생경함이 익숙함으로 바뀔 날도 머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인도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우승컵을 안고 돌아오는 날, 우리는 기억하리라. 이상호. 박종진. 김응진. 이 세 명의 어린 태극전사들의 이름을.


 그 생각만으로 웃음이 절로 나오던, 일요일 어느 늦은 오후였다. 그리고 가을 비는 어느새 멈춰 있었다.
 

 

이름 : 김응진
출생 : 1987.03.09
신장,체중 : 183  77
소속구단 : 연세대
포지션 : DF

 

 

 

이름 : 박종진
출생 : 1987.06.24
신장,체중 : 177  72
소속구단 : 숭실대
포지션 : MF

 

 

이름 : 이상호
출생 : 1987.05.09
신장,체중 : 173  66
소속구단 : 울산 현대
포지션 : FW

경력: 2006 U-19 부산컵 국제청소년대회 MVP


 

2006 U-19 아시아청소년대회 일정

조별리그 1차전

10월 29일 한국시간 19시 20분

한국 : 요르단
(X스포츠,SBS스포츠 중계)

 

조별리그 2차전

10월 31일 한국시간 22시 30분

한국: 키르기즈스탄

 

조별리그 3차전

11월 2일 한국시간 18시 30분

한국 :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