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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U-19 대회 호주전 2골 주인공 송진형 인터뷰

헬레나. 2006. 11. 7. 15:25

 송진형의 강력한 프리킥 두 방이 사커루 호주를 무너뜨렸다.
 

 지난 6일 인도 콜카타 솔트레이크경기장에서 열린 U-19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한국은 호주를 2-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결승행 티켓을 놓고 일본과 맞붙게 됐다.

 

 먼저 웃은 것은 한국이었다. 전반 9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송진형이 골로 성공시킨 것. 물론 호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7분 수비수 박현범(연세대)이 잘못 걷어낸 공을 호주 그로스만이 놓치지 않고 연결시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전반 35분 송진형이 PA 왼쪽에서 찬 프리킥이 골문 앞에서 한번 튀긴 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2대 1. 기분 좋은 승리였다. 이로써 송진형은 조별리그 3차전 인도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청소년대표팀의 새로운 영웅이 되었다.

 

 

 

 

 송진형. 아직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소녀 축구팬들 사이에서 그는 꽤 유명하다. 인터뷰 때문에 가까이서 그를 보고 나서야 그 이유가 짐작됐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외모는 축구선수답지 않게 고왔다. FC서울의 꽃돌이라는 별명은 괜히 얻어지는 게 아닌 듯 했다. 물론 그 때문에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전에 (이)상호 인터뷰 하러 파주에 오셨죠? 그때 봤어요. 청소년 대표팀 소집기간이었잖아요. 저도 같이 있었거든요. 아, 그때 쫌 재밌는 일 있었는데… 한번은 방에서 비타민 영양제를 맞아야했거든요. 링거 놔주시는 분이 방에 들어오셨는데요, 저 혼자 맞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가시는 거예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시면서, 저보고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인 줄 알고 나갔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여자 대표팀 누나들도 소집돼서 같이 파주에 있었거든요. (웃음)”

 

 “그리고 며칠 후에 치료실에 갔어요. 제가 발목이 많이 다쳤던 상태라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치료실에 갔었는데요, 당시 여자 국가대표 누나들이 치료실에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국가대표 누나들이 자꾸 막 쳐다보는 거예요. 왜 그랬는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누나들 중 부상선수가 한 명 있었나봐요. 들어와서 치료받는 저를 보고 부상 선수 대신 새로 뽑힌 여자국가대표 선수인 줄 알고 경계했대요. 새로 들어온 선수인 줄 알고 계속 쳐다본 거라고 나중에 닥터 선생님이 그러더라구요. (웃음)“

 

 웃을 때마다 보이는 덧니가 참 잘 어울렸다. 덕분에 인터뷰는 기분좋게 시작됐다.

 

 

 

 

 열여섯, 프로무대에 뛰어들다

 

 “제가 축구를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때 당시 축구 보면 골 넣고 환호하고 그러는게 되게 멋있고 그랬어요. 원래는 축구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 날 98 프랑스 월드컵 재방송 해주는 걸 봤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터 축구를 좋아하게 됐어요. 게다가 공부하는 건 또 싫어했어요. 엄마도 중학교 가면 공부시킨다며 초등학교 때는 많이 놀게 해주셨어요. 제가 질릴 때까지 실컷 놀게 하신 거죠.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시키려고 하셨대요. 그런데 제가 축구를 너무 좋아하니까 ”공부해야 할 텐데…“ 하며 걱정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놀면서 축구에 계속 재미를 붙였고, 공부는 하기 싫고, 축구는 하고 싶고. 그래서 ”축구 하는데로 가고 싶다“ 고 그랬죠.”


 “처음에는 부모님 반대가 있었어요. 힘들다고. 지금은 진짜 많이 컸는데요, 사실 지금도 큰 편은 아닌데, 되게 많이 큰 거예요. 그런데 그때 당시만 해도 키가 진짜 조그맣고 몸도 완전 안 좋았거든요. 일단 축구선수는 몸이, 이 체격이 좋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해도 힘들 것 같다고 엄마 아빠가 반대하셨는데, 제가 너무 하고 싶어가지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하게 된 거예요. 저는 끝까지 하겠다고 생각하고 축구부에 들어간 건데요, 그때 당시 부모님께서는 ‘좀 하다 힘들면 관두겠지’ 하고 시킨 거래요. 그런데 제가 힘들다는 말을 안 하니까요,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1학년 겨울에 중학교 감독 선생님이 '아무래도 축구를 늦게 시작했으니까 브라질에 보내는 게 어떻겠냐' 고 해서 얼떨결에 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운동은 힘들게 하지 않았어요. 강압적으로 심하게 안 시키거든요. 잠도 많이 잤고, 다행히 음식이 잘 맞아서 밥도 많이 먹다보니 갑자기 많이 컸어요. 1년 동안 한 13cm인가, 14cm인가, 그 정도로 많이 자랐어요. 키 크는 게 보일 정도로 정말 많이 컸어요. 그동안 저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었는데요, 부모님이 보시기엔 제가 너무 작으니까 얘를 축구를 시켜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셨대요. 저희 학년에서 제가 두 번째로 작았는데, 정말 많이 작았어요. 그러다 키가 많이 자라서 좋았죠.”

 

 “그렇지만 브라질 축구 유학이 제가 볼 때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한국선수들은요, 그 전부터 계속 강압적으로 많이 했잖아요. 가면은 일단 운동을 하던 안하던 상관을 안 하니까 많이 나태해져요. 운동도 잘 안하게 되고, 게을러지고, 그러다보니까 잘했던 선수도 브라질가면 좀 망가져서 많이 오고 그러는 것 같아요. 브라질이 한국선수들하고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실패하는 선수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잘했다가도 브라질 갔다 많이 게을러져서 오기도 하고, 돌아와서도 한국 축구에 적응 잘 못하고,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한 축구였다. 그러나 프로행은 빨랐다. 그것도 상당히.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운명을 믿지 않는 송진형이지만, 분명 그것은 운명이었다. ‘운명’ 이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저희 중학교가 그렇게 뛰어난 팀은 아니었어요. 저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구요. 그때 청룡기라는 대회가 있었는데요, 그날 컨디션이 되게 좋았어요. 그때 막 해트트릭까지 했거든요. 저한테 잠깐 테스트 좀 받아보라고 하셨는데, 거기서 바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테스트로 뽑은 애들하고 게임이 있었어요. 그날도 어떻게 잘해가지고 바로 게임 끝나자마자 서울 올라가서 곧바로 계약을 했어요. 사실 그전부터 계속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그냥 가라고, 어차피 나중에 너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빨리 가서 적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여기 시설도 좋잖아요. 운동하는 환경이나 방법도 좋고. 그 전부터 가고 싶었던 팀이었고 그래서 계약하게 오게 됐어요.”


 “만약 제가 가게 되면 중퇴를 하게 되는데, 아빠는 학업이 걱정 되셨나 봐요. 학벌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좀 많이 고민하셨어요.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장이라고 있어야하는데, 중학교 중퇴니까. 그렇지만 언제 또 프로에서 저를 원할지 모르고, 갈 수 있을 때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채 덜 자란 열여섯의 송진형은 그렇게 하여 프로와 만났다. 그리고 그 소년은 어느덧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진형이의 프로 적응기

 

 “올 초 3월 19일 포항전 때 처음으로 뛰었어요. 집에 가고 있는데 고정운 코치님께 전화가 왔어요. 게임 갈 준비하고 내일 오라고. 또 잠 못 자지 말고 편안하게 준비하고 자라고. 정말 기뻤어요. 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셨어요. 아빠는 축하한다 하셨고, 엄마는 가서 열심히 잘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코치님 말씀대로 정말 잠을 못 잤어요. 뒤척이다 새벽에 잔 것 같아요. 몇 시에 잤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원래 잠을 일찍 자요. 10시 쯤 자거든요. 그래서 눕긴 누웠는데 뒤척이며 생각하다 새벽에 잠든 것 같아요. 게임 간다고 하니까, 만약에 뛰게 되면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생각하다보니 잠이 잘 안 왔어요. 그렇게 뒤척이다 새벽에 잠들었어요.“

 

 “제 포지션에 히칼도라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가 진짜 잘해요. 정말 너무 잘해요. 킥력도 좋구요, 볼 다루는 것도 그렇구요. 패스 나가는 것도 우리나라 선수들과 판이하게 틀려요.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에요. 저와는 비교도 안돼요. 너무 잘하거든요.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잘해야 제가 넘을 수 있는 그런 선수에요. 물론 히칼도는 항상 “너가 최고 잘한다” 는 이야기만 해주지만요. 그래서 게임만 따라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경기 당일 날, 감독님이 출전선수 이름을 적어주시는데, 거기에 제 이름이 적혀있어서 처음엔 많이 떨고 긴장하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형들이 자신 있게 하라고 했고, 감독님도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하셨고, 그래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경기 마치고 아빠가 칭찬해주셨어요. 정말 잘했다고. 이 정도로만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아빠는 이제 완전 전문가세요. 어렸을 때부터 매일 경기장에 찾아와서 제가 뛰는 모습을 보셨거든요. 정말 열성이세요. 지방에서 경기하면 따로 방 잡으시고. 이젠 오프사이드 이런 것 다 아시고, 선수 개개인 능력까지 다 아시는데, 어쩔 때는 제가 막 깜짝 놀라요. 저 선수는 스피드가 좋고, 저 선수는 기술이 좋고, 그런 이야기하는 거 보면 제가 막 깜짝 놀란다니까요. 저한테는 킥이 안 좋으니까 연습 많이 하라고 하세요. 아빠가 골프 좋아하시거든요. 골프도 축구와 똑같다고, 힘들이지 않고 정확히 맞춰야한다고, 자세 낮추고 그래야한다고 만날 그러시던데. (웃음)”


 “그 뒤로도 매 게임마다 열심히 뛰려고만 했어요. 제가 뭐 해보겠다고 그랬던 건 없었어요. 그냥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계속 1군 게임에라도 조금씩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열심히만 뛰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송진형의 성실함은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뛰고 싶은 생각은 많이 했는데, 제가 들어가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제가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서요. 그런데 올해 생각보다 많이 뛰었어요. 좀 많이 좋았는데요, 좋으면서두요, 솔직히 처음엔 1군 게임 뛸 실력은 안 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기회를 계속 주시니까 열심히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서 조금만 잘못하면 완전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됐어요. 1군 게임에 계속 들어가다 딱 떨어지게 되면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럴까봐 겁이 나기도 했어요. 게임마다 잘 안 풀리고, 기회도 적어지고, 밑으로 떨어지게 될까봐 그게 약간 두려웠어요. 좋으면서도 약간 두려울 때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요, 프로가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고 그런 곳인 줄 몰랐어요. 얘기는 들었어도 부딪혀보지 않았으니까 실감이 안 났어요. 들어와 보니까 정말 치열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잘하려고 욕심을 부렸죠. 처음엔 2군 게임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걸 알면서도 억지로 욕심내고 그랬죠. 그런데 크게 저한테 득이 된 건 없었어요. 처음에 욕심을 내서 자기가 잘하게 되면요, 교만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결국 그게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크게 욕심내기보다는 자기 일에만 묵묵히 잘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다른 선수들이 잘 나가고 그래도 크게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그런 성격이 못돼요. 저는 그냥 제가 할 것만 하는 스타일이라서. 크게 막 욕심부리다보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도 욕심을 내다가 크게 잘된 적이 없었어요. 욕심내서 뭘 하려고 하다보면 더 안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나중에 빛을 보고 싶어요. 벌써부터 뛰어나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 인터뷰도 걱정돼요. 인터뷰 같은 거 많이 하다보면요, 사람이 교만해지잖아요. 내가 정말 잘하나보다. 이런 생각 드는 게 싫어요. 교만해지면 나태해지기 쉽잖아요. 제 마음이 괜히 올라가고 그럴까봐요. 만약 제가 잘해가지고 많이 높아지고 그러면요, 제 마음을 잘 다스려야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영이 형 같은 경우도 아시아청소년대회 이후부터 많이 알려지면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올라설 때는 좋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스러운 것 같아요. 그 속에서 교만한 마음이 생기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잘 다스려야죠. 그런 마음 생기지 않도록.”

 

 


 

 프로1군과 2군 사이, 그 간극에서

 

 인터뷰 중간, 쉬는 날임에도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 연습구장을 찾은 선수들이 보였다. 공을 안고 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들 중 라이벌은 없냐”고 물었다. 스무 살 동갑내기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것이라 짐작하며. 그러나 그 짐작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라이벌이요? 여기 있는 선수가 다 라이벌 아닐까요? 서로 경쟁해야하는 선수니까 다 라이벌이겠죠. 다 경쟁해야하니까 다 라이벌 같아요. 경쟁을 피할 수 없잖아요. 제가 적응해야죠. 원래 전에는 이런 생각도 못했는데, 올해 프로에 대해 좀 많이 생각하고, 실감하고, 그래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요. ‘아, 살아남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이런 게 프로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올해 들어서 그런 걸 좀 많이 느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송진형은 올해 처음 1군에 올라왔다. 직접 몸으로 부딪혔기에 1군과 2군 그 차이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가 흘린 땀이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운동하고 게임 뛰는 거예요. 입단하고 2군 게임만 계속 뛰고 그랬어요. 그런데 2군 게임을 뛰면요, 정말 재밌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볼 수 있거든요. 일단 감독님도 편하게 해주세요. 뺏겨도 되니까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2군 생활은 재밌는데 1군에 올라오면요, 심리적인 압박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1군 게임에서는 한번 뺏기면 일단 골로 연결되니까요, 되게 신중하게 플레이해야 해요. 뭐든지. 하나 하더라도 신중하게 해야지, 건성건성 하면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최선을 다해야해요.”


 “그런데 신중하게 하다보니까요, 약간 주눅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뺏기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이 있으니까 자신감이 많이 결여되는 것 같아요. 매번 게임 때마다 그런 장면은 있어요. 제가 볼 관리가 안돼서 뺏기면, 위협적인 상황이 나오고 그러는데, 그 때문에 가끔 주눅들 때가 있어요. 제가 미드필드에서 뛰다 보니까 중앙에 있잖아요. 중앙에서 딱 뺏기면 템포가 빠르니까요, 공격수들이 막 치고 올라가거든요. 그때마다 “형들이 뺏어줘야하는데, 뺏어줘야하는데…” 그러는데, 상대 선수가 막 슈팅까지 때리면 되게 위축이 많이 되요. 그래서 뺏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하다보면 약간 자신감도 부족해지는 것 같아요.“


 “1군과 2군은 차이는 정말 좀 많이 있어요. 2군에서 뛸 때는요, 마음에 부담이 별로 없어요. 일단 관중차이도 엄청나잖아요. 2군이랑 1군이랑. 2군에서 뛸 때는 제가 어떻게 해보고 싶은 것도 해보고, 또 생각대로 되고 재밌게 할 수 있는데, 1군 게임에서는 잘하려는 생각보다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가져야해요. 잘하려고 하면, 게임이 절대로 자기가 원하는 데로 이뤄지지가 않아요. 무조건 좀 열심히 뛰구요, 그러면 잘하는 것 같아요.”


 “운동할 때도 차이가 엄청 많이 있어요. 2군에서 할 때는 마음 편히 즐겁게 하는데, 1군에서 할 때는 좀 긴장감이 많이 돌아요. 서로 게임도 뛰어야하고, 경쟁도 해야 하고, 좀 무서워요. 게임 뛸 때는 베스트 멤버로 나가는 선수랑 리저브 선수랑 서먹서먹한 것도 있구, 운동할 때도, 자기 포지션에 있는 사람한테는 좀 안 지려고 하는 것도 있구요. 다들 다부지게 하구요. 지금 저랑 같은 또래 애들이나 제 밑에 또래들이랑 1군에서 같이 운동하면요, 그 선수들은 잘 모르겠는데, 저는 선배나 다른 사람들한테 낯가림이 좀 심해가지구요, 선배들한테 좀 주눅 들고 그러는 게 있어요. 다른 선수들은 잘 모르겠는데, 저는 좀 그런 게 있어요.”


 “아무래도 성격이 좀 바꿔야 될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도 그게 약간 적용하거든요. 감독님이 좀 많이 뭐라 그러면요, 제가 좀 약간 주눅 들고 그런 게 있어요. 올해 게임 뛸 당시에는 하프타임 때 감독님이 특별히 제게 하신 말씀은 없어요.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게임장에서 제가 약간 볼을 오래 가지고 있거나 뺏기면요, 감독님이 뭐라 하시는데, 그때 다시 볼이 오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그런 것도 좀 있어요. (김)동석이는 성격이 되게 활발하고 형들한테도 말도 잘 걸고 그러는데, 저는 그러지 못해요. 성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축구하면서 좀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돼요. 하고는 싶은데.”


 “지금은 안 그러는데 조광래 선생님 밑에 있을 때는 1군, 2군 다 같이 전지훈련을 갔어요. 거기서 한번은 게임을 뛰는데요, 제가 겁이 되게 많아요. 외국 선수들이 거칠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조금 많이 좋아졌는데, 옛날에는 조금만 거칠고 그러면 축구를 잘 못했어요. 그 정도로 겁이 되게 많은데요, 그때 당시 전반전 끝나자마자 조광래 선생님께 엄청 혼났어요.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고. 외국 애가 저렇게 태클 들어오는데 왜 너는 저렇게 못 하냐고. 그때 되게 서럽고 그랬어요. 기대하고 왔는데 그런 게 아니고, 힘들고 그러니까. 좀 많이 달라져야겠다. 다부지고 그래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사실 제가 좀 다부진 면이 없어요. 지금은 좀 많이 나아졌는데요, 옛날에는 태클이라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볼만 잘 차면 축구 잘하는 줄 알고 그랬었는데요, 프로 오니까 그게 정말, 정말 아니에요. 정말 틀린 생각이었어요. 다칠까봐 피하는 것도 있었구요, 제가 일단 몸이 약해서, 좀 부딪히고 그러면 아프고 그러니까 많이 겁을 먹었어요. 태클 들어오면 일단 겁부터 많이 먹었어요. 지금은 그래도 웨이트 많이 해서 몸이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니까요, 부딪혀도 밀리지 않고, 음 아니 약간 밀리는 건 있는데요, 그래도 어떻게 해보고 버티고 그러니까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송진형은 처음 축구와 사랑에 빠졌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축구란 이런 거라고.


 “축구는 즐겁게 해야 해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강압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서 해야지 늘거든요. 안 그러면 실력이 향상되기보다는 틀에 박힌 축구만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해요. 그 때문에 항상 재밌어요. 축구할 수 있는 게. 부상당하지 않고 뛸 수 있는 게, 안 다치고 뛰는 게 최고로 좋고, 최고 행복인 것 같아요.”


 “제가 축구를 늦게 시작했잖아요. 1학년 때는 선배들 뒤에서 심부름하면서 지냈어요. 게임에도 안 나가니까 맞지도 않고, 재미있게 애들이랑 숏게임하면서 뛰며 지냈어요. 그러다 2학년 때는 브라질 유학을 갔다 왔구요.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께 크게 맞거나 제재를 당하고 그런 적이 없어요. 그런데 친구들이나 형들은 저보구 편하게 축구했다고 하더라구요. 형들은 되게 많이 맞으면서 했다고 그래요.”


 “제가 생각할 때, 맞으면서 하면 창의력이 좀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생각하지 못하고, 시키는 데로만 하고, 너무 틀에 박힌 축구만 하게 되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좀 그런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외국선수들 같은 경우는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뭘 하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털어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해보지도 않고 일단 겁을 내요. 또 잘못하면 선생님들께 혼나니까 그게 안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축구를 볼 때, 골 넣는 장면만 보고 많이 환호하잖아요. 그렇지만 패스나 플레이에 더 중점을 두고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골 넣는 것도 중요하긴 중요한데요, 저는 아기자기한 축구를 좋아하거든요. 한국축구는 뒤에서 땅땅,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패스해도 되는 상황인데도 자신이 없으니까 땅땅하는데요, 외국 축구 보면 패스 플레이 잘 하거든요. 그런 장면이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빨리 빨리 주고 스피디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점을 더욱더 향상시켜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어서 믿음이 가는 선수가 돼야할 것 같아요. 모든 선수들에게.”

 

 친구들이 예수님이라고 놀려요
 

 그러고보니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그의 골세레모니에 대해. 사실 이번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송진형의 세레모니는 같았다. 바로 소속팀 선배 박주영 때문에 유명해진 기도 세레모니. 다른 세레모니를 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딱 잘라서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 기도 세레모니만 할 생각인데요.”


 “엄마가 신앙심이 정말 좋으세요. 저도 모태신앙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교회에 다녔어요. 어머님이 신앙심이 깊으시다보니 항상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세상적인 것들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말씀 갖고 살라고. 저를 위한 기도를 많이 해주세요. 항상 고마워요. 게임 나갈 때마다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생각으로 뛰면 힘들지 않을 거라고 매일 말씀하세요. 그래서 게임 나가기 전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게임 때도 그렇고, 또 운동할 때도 그렇고. 항상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니까 바르게 생활하려고 노력해요. 하나님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매 순간마다 느껴요. 항상 그걸 염두하며 살아요. 지금 이 순간도 그렇구요.” 

 

 “크게 신앙이 좋지는 않는데… 그렇지만 저는 되게, 되게 깍듯해요. 사생활이. 저는요, 진짜 사생활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철저하게 지켜요. 솔직히 축구선수는요, 여자나, 술이나, 이런 걸 많이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 있는 형들 보면요, 제가 봐도 정말 경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요. 저는 그런 거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게임 끝나고 외박 생기면 다 같이 술 마시러 가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러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절대 그런 거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철저하게 지켜요. 저는 일단 여자친구, 그런 거 생각도 안하거든요. 여자친구 사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형들이나 친구들이 저한테 신기하다고 그래요. 좀 다른 사람 같다고.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잠도 빨리 자려고 노력해서 매일 10시 정도에 자요. 그리고 괜히 TV 보다보면 재밌는 게 계속 나오니까 더 보고 싶다는 유혹이 계속 오잖아요. 그래서 전 TV도 잘 안 봐요. 오전에 운동 안할 경우엔 신앙간증집을 많이 읽어요. 그런 거 보면서 이런 세상 속에 있는 유혹이나 쾌락 같은 것들로부터 철저하게 저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지금은 스무 살 아닌가. 하고 싶은 것도, 또 궁금한 것도 많은 나이일텐데.


 “처음 입단했을 때는 저희가 너무 어리니까 저희가 느끼지 못하게 형들끼리 놀았어요. 노는 걸 안 가르쳐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크게 유혹이 있거나 하지 않았어요. 그때 당시에는 친구들끼리 축구하는 게 재밌으니까 축구만 했어요. 이제 스무 살 되니까 술도 마셔보라는 권유는 있는데요, 저는 저한테 있어 철저한 면이 있어 가지구요, 다른 건 거절 잘 못할 때도 있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못하겠다고 딱 말해요. 가끔씩은 놀아야 스트레스도 많이 풀린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축구가 잘되든 안 되든 그런 것보다 성경책 읽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술은 안 먹어 봤어요. 입에도 안 대봤어요. 한번도. 요번에 컵 대회 우승 확정 짓고 이겼으니까, 기분 좋으니까, 숙소에 있는 사람들끼리 다들 술 마시러 갔어요. 그때 저는 바로 집에 가서 핸드폰 꺼버리고 10시에 잤어요. 다음날 형들이 넌 왜 안 왔냐고 하더라구요. 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죠.”


 “너무 하고 싶었던 축구를 지금 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축구를 하는데 있어서 안 좋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형들이 그래요. 다른 사람들은 여자친구도 사귀어보고, 술도 마시고 그러는데, 넌 안 억울하냐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그런 것에 깍듯이 하는 것이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이제는 형들도 제가 그러는 거 알고 아예 그런 이야기를 안 꺼내요. “여자친구 소개시켜줄까?” 그런 이야기도 안하시구요. 저는 아예 그런 쪽에 관심이 없으니까요.“


 옆에 있던 박종진(숭실대)이 말했다. “진형이는 진짜 지금까지 태어나서 여자도 한번 안 만나봤고요, 뽀뽀도 안 해봤어요. 진짜 축구만 아는 대단한 친구에요.”


 “그렇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축구선수 같아요.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기본기나 축구에 대한 센스라고 할까, 그런 게 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일찍 시작한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을 많이 가지고 놀고 그러는데, 저는 늦게 시작해서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볼에 대한 감각이라든지, 체력적인 것도 그렇고요, 기술적인 섬세한 면, 그런 게 많이 부족해요. 창의성이나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들도 좀 많이 키워야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운동을 많이 해요. 오전에 비는 시간에도 많이 하구요, 저녁에 나와서도 많이 하구요. 밥 먹고 좀 쉬다가 바로 나와서 한 8시부터 시작해서 한 9시 반까지 운동하고 집에 가면 10시 정도 되거든요. 그럼 바로 자고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노력 많이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송진형에게 물었다.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을 말하겠냐고. 이번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우승하게 해주세요. 골 많이 넣게 해주세요.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이런 대답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냥 축구만 할 수 있는 지금이 좋아요. 지금 인도가 더워서 힘들지만, 힘들어도 괜찮아요. 축구라는 운동이 원래 힘들 수 밖에 없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으니까 그저 좋을 뿐이에요.저는 다시 태어나도 축구만 하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