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football

청소년대표팀은 다시 시작합니다

헬레나. 2007. 7. 10. 16:32

 이번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팀은 어디인가요?

 

 FIFA 홈페이지는 ‘조별리그가 남긴 기억들(Group-stage memories linger)’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 조별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most memorable momemts)’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 중 D조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무 1패로 D조 최하위를 차지했는데 말이죠. FIFA 홈페이지는 “비록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브라질을 상대로 보여준 용감한 모습은 믿을 수 없는 순간(incredible moments)이었다”고 평했습니다.

 

 “3-0으로 지고 있다 투입된 신영록은 코가 부러진 상황에서 추격골을 넣어 3-2까지 만들었고 이는 어떤 경기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긴장되고 흥미로운 마지막이었다(was as tense and exciting as any ever scene on a football pitch)”고 회상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은 비록 예선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가장 뛰어나고 즐거운 축구(the best and most entertaining football)를 구사했던 팀”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은 2무 1패, 조별리그 최하위라는 성적은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역대 10차례 출전 결과로 보면 1997년 1무2패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죠. 뿐만 아니라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1승을 얻지 못한 수모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했을 때 비난을 받아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년대표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생각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브라질과의 2차전에서 3-0으로 지고 있었지만 우리 청소년대표팀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 막판 뒷심을 발휘해 3-2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면 마지막 슈팅이 브라질 골키퍼 가슴이 아닌 그물을 향해 갔을 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것 역시 끝까지 포기 하지 않던 그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 좋은 멤버들이 언제 또 모일 수 있을까요?”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상호 선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죠. 지켜보던 우리 마음이 이렇게나 아쉬운데 당사자인 선수들은 아마 더 그러하겠죠. 그들은 “열심히 뛰어서 K-리그에서 다시 만나자”며 석별의 정을 나눴습니다.

 

 “너는 이제 고만 다쳐.” “마무리 능력을 좀 키워봐.” “얼마나 잘하고 있을 지 볼테니까 꼭 게임 뛰어라.” “상대팀으로 만날 때는 봐주는 것 없다!”  

 

 웃으면서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그들 모습은 영락없는 스무살 청년의 그것이었습니다. 문득 박현범 선수가 캐나다로 떠나기 전 제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청춘의 시작을 후회 없이 시작하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스무살입니다. 그리고 청춘은 이제 시작했습니다. 비록 16강진출에 실패하며 후회와 아쉬움, 미련을 안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렇게 주저앉기엔 지금 이 청춘들은 너무 젊고 또 뜨겁습니다.


 박종진 선수는 “이젠 올림픽”이라며 또다른 목표를 세웠습니다. 송진형 선수는 “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죠. 신광훈 선수는 “소속팀으로 돌아가 주전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욕을 보여줬습니다. 하태균 선수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며 마음을 다잡았죠.

 

 해마다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지는 이곳이지만, 오늘 만난 이 샛별들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뛰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포기 대신 희망을 생각했습니다. 비록 기적으로까진 연결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시작임을 알기에 그들은 다시 꿈꿉니다.

 

 물론 이들의 꿈이 언제 그라운드에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날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리는 것은 다소 지루한 일이죠. 하지만 이번 청소년대표팀 선수들만큼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아직도 이번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대회 시작 전 파주NFC에서 만난 선수들의 인터뷰를 첨부합니다. 이들 중 누가 내일의 별이 될지 모르니까 조금만 시간을 내서 천천히 읽어보세요.    

 

 

 하태균(수원삼성,FW)
 “이야, 태균이 잘 나간다.” “좋겠네. 우리 태균이.” 포토데이가 열린 6월 15일, 녹음기를 들고 하태균에게 다가가자 여기저기서 동료 선수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모 선수는 “인생 한방이라는 건 딱 태균이에게 해당되는 말인 듯 싶다”라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하태균은 운이 잘 맞아 떨어져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선수일까?

 

 이에 단국대 박정관 코치는 “대학시절부터 프로의식이 강했어요. 쉴 때도 몸에 좋은 것만 먹으러 나갈 정도로 몸 관리에 철저했죠. 늘 꾸준히 노력하는 아이니까 프로에서도 잘 해낼 거라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태균은 겸손스런 태도를 취했다. “제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따랐죠. 요즘도 후반에 가면 체력이 떨어져 잘 뛰지 못해요. 앞으로 체력을 더 키워야하고 제공력도 더 늘려야만 해요. 아무래도 프로는 다르잖아요. 게다가 대학시절처럼 운동장에서 한골 넣어도 더 빛나는 게 프로니까요. 앞으로 실력을 더 쌓아야하겠죠.”

 

 하태균이 K-리그에 이름을 알린 건 4월 8일 서울전. 그는 상암을 찾은 5만 여명 관중 앞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뒤늦게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데뷔골보다 좋았어요. 광주전에선 저희가 1-2로 졌거든요. 골을 넣었다는 기분조차 안 들었어요. 그래서 서울전에서 넣은 골이 저 특별하죠. 원래는 세레모니를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것도 있고 그냥 좋아하면서 달리기만 했네요(웃음).”

 

 인터뷰 내내 하태균운 “아직까지 저는 부족하다 생각하기 때문에…”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욕심 많은 스무 살 청년이다. 신인왕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도 그랬다. “일생에 한번 받는 상이잖아요. 욕심나죠. 하지만 거기에 연연하다보면 오히려 좋은 플레이가 안 나올 것 같아요. 일단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 출전기회도 늘어날 것이고 신인왕에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죠.”

 

 그의 말처럼 아직 갈 길이 멀다. 소속팀에서도, 또 청소년대표팀에서도 그는 아직 주전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상태다. 오늘 뛴다고 내일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에는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러나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단다. 경쟁 속에서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저는 경쟁 속에서 자랐어요. 그러면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아직 제 자리를 못 잡은 상태지만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과한 욕심 부릴 생각은 없어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붙기 때문에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는 법이거든요. 가서 배우고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만 하려고요. 그러면 원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다 따라올 거예요.” 

 

 

 송진형(FC서울,MF)
 “어제 미국 경기를 봤어요. 파나마랑 하던데 엄청 잘하더라고요. 이번에 강팀들과 만나지만 부담되지는 않아요. 오히려 더 좋아요.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싸워봐야 실력 차를 정확히 알 수 있잖아요.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말에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돼요. FC서울도 좋은 팀이지만 외국에 나가고 싶어요. 제일 가고 싶은 건 프리메라리가인데요, J리그도 염두해 두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보다 압박이나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부담도 덜하니까요. J리그 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로운 거 빼고는 괜찮대요. 그게 좀 걸리지만 그래도 힘든 거 감수하고 가는 거니까 가서도 잘 버틸 것 같아요.”

 

 FC서울에서 송진형은 주전경쟁에서 반걸음 물러 서 있는 상태지만 청소년대표팀에서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중앙에서 센스있게 돌파하며 끊임없이 볼을 연결시켜주는가하면 프리킥, 코너킥 상황에서는 전담키커로도 나선다. 이와 관련해 FC서울 김용갑 코치는 “힘은 다소 부족하지만 볼 키핑력과 기술로 이를 커버하죠. 특히 킥이 좋아요. 평소에 훈련이 끝나도 혼자 남아 킥 연습만 더 하고 들어가요. 킥은 반복하면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청소년대표팀에서 보여주는 프리킥은 그냥 나오는 거 아니에요”라며 칭찬했다.

 

 이에 대해 송진형은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저녁에 개인운동할 때 혼자서 하는 거예요. 프리킥 상황에서 자신은 있지만 많이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볼 땐 나카무라 �스케, 그 선수가 최고 잘 차는 것 같아요. 왼발잡이인데 가다가 쭉쭉 떨어지는 그 킥이 정말 좋아요. �스케처럼 차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U-20 청소년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그동안은 몸싸움을 잘 못해서 빨리 제치려고 하는 경향이 많았는데요, 이번 세계대회에서는 외국 선수들도 부딪히고 싸워보며 이겨보고 싶어요. 지더라도 자신감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세계대회니까 세계적인 에이전트들이 많이 오잖아요. 잘하면 많은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을테니 기대가 많이 되네요. 열심히 할게요. 많이 지켜봐주시고 호응해주세요.”

 

 

 이현승(전북현대,MF)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이현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승이는 당차고 배짱이 좋죠. 그게 요즘 세대 선수들이 갖는 장점 중 하나라고 하지만 현승이는 달라요.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더 강하죠.” 소속팀 뿐 아니라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함께 뛰고 있는 최철순은 “경기장에서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게 플레이에서도 나오죠”라며 칭찬했다. 그렇다면 이현승의 생각은 어떨까?

 

“자신감이요? 항상 있죠. 세계대회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요. 가서 뛰어보면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겠죠.” 이번 대회에서 이현승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그러나 체코와의 평가전에서는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는 게 제일 좋아요. 부담없이 뛸 수 있어 그 자리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도 괜찮아요."

 

 최강희 감독은 “현승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술이 있어요. 문전 앞에서 슈팅이 한 박자 빠를 뿐 아니라 떠있는 공을 앞꿈치로 찰 수도 있거든요.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입니다. 요즘은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그런 장면이 많이 안 나오는데 앞으로 힘이 많이 붙으면 회복할 거예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프로에 왔잖아요. 두 계단을 뛴 건데 그만큼 한다는 건 대단한 거죠. 갓 입단했을 때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 듯 했어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라는 주문을 했거든요. 힘들어할 때마다 고종수나 김두현을 예로 들면서 이걸 안하면 프로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강조했죠. 요즘은 골문 앞에서 날카로움이 감소했지만 나이에 비해 경험도 많이 쌓였고 경기운영 능력도 좋아졌으니까 세계대회에서도 잘할 겁니다.”

 

 최강희 감독이 언급한 ‘경험’에는 2006 AFC챔피언스리그와 2006 FIFA 클럽월드컵도 포함된다. 특히 이현승은 오클랜드시티와의 클럽월드컵 5,6위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한국인 최연소 득점자(만 18세)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이현승은 “기록으로 남는 건데 앞으로도 영원히 안 깨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이현승이 올린 기록은 그뿐만이 아니다. K-리그 최연소 득점 기록(2006년 5월 10일 수원전, 만 17세 5개월) K-리그 도움 해트트릭 기록(2007년 4월 4일 포항전, 만 18세 4개월) 또한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그 기록들이 주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청소년대표팀에서 밀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죠. 벤치 설움도 겪어보고 그 때문에 아픔도 느끼면서 성장해야합니다. 그래야 꾸준히 갈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최 감독의 뜻을 헤아린 것일까? 이현승은 마지막으로 “제 자리에 워낙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요. 많이 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해야죠. 외국 선수들이 체격은 좋지만 순발력은 떨어지거든요. 비록 전 그들보다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순발력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뛰려고요. 가서 열심히 할테니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는 끝인사를 남겼다.

 

 

 이상호(울산현대,MF)
 “다쳐서 2주 동안 쉬었어요. 발목 인대가 늘어났거든요. 다쳐서 너무 속상해요. U-20 청소년 월드컵에 스카우터들이 많이 모인다고 들었어요. 가서 잘하면 해외진출도 잘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상 때문에 경기력이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돼요. 유럽진출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었는데…”

 

 포토타임이 진행되는 내내 이상호는 알로에 찜질을 하며 쉬고 있었다. 얼굴에서 근심이 읽혀졌다. “지난 1년 동안 K-리그에서 뛰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거든요. 이제는 해외 나가도 잘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발목이 좋은 상태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이상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출전하며 우려를 말끔히 털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니? “올 초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거든요. 저도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해버린 거예요(웃음). 그래서 감독님이 계속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게 하는 것 같아요. 스페인에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섰는데 부산컵 때는 한 명의 미드필더만 세우더라고요. 캐나다에서 어떻게 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울산현대 임종헌 코치는 “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평소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에요. 뛰는 양도 많고요. 게다가 스피드, 순발력, 기술 모두가 좋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게 하기에도 괜찮은 선수에요. 보통 수비형 미드필더는 키가 크기 때문에 순발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상호 같은 경우는 스피드가 있으니까 1대 1 상황에서 경합된 볼을 빠르게 커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점이라면 터프한 면이 조금 부족하다는 정도겠죠”라며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자질을 높이 샀다.

 

 이를 알기라도 했는지 이상호는 마지막으로 “대회를 앞두면서 아쉬움 마음이 참 커요. 그동안 부상을 많이 당해 청소년대표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했거든요. 작년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는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뛰었잖아요. 그래서 올해는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 걱정도 되네요. 지금까지 동료 선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에 저희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거기에 편승하기 보다는 저 역시 제 몫을, 아니 그 이상을 해야 하겠죠. 지금까지는 과정이었고요 이젠 결실을 맺을 시간이 다가왔어요. 마지막에 웃으면 되죠”라고 말하며 생긋 웃었다. 

 

 

 김동석(FC서울,DF)
 “저도 제가 어디서 뛸지 모르겠어요. 미드필드 지역에서는 어느 위치에서든지 가능해요. 공격형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나 다 괜찮아요. 그래도 굳이 꼽자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게 더 좋아요. 작년까지 이장수 감독님 밑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가 조금 더 편하죠.”

 

 오랫동안 김동석을 지켜본 FC서울 김용갑 코치는 “동석이는 중앙에서 폭발적으로 휘젓지는 못하지만 경기운영 능력이 좋아요. 뒤에서 공수조절을 잘하거든요. 일단은 뒤에서 앞으로 연결하는 패스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좀처럼 공을 뺏기지 않아요.” 김동석 역시 자신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제가 차범근 축구교실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패스나 기술 같은 기본기는 자신 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몸싸움은 조금 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계훈련에도 열심히 임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어요. 게다가 귀네슈 감독님 부임 이후로는 게임도 많이 뛰면서 힘도 많이 늘었어요. 요즘은 폴 스콜스를 보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처럼 체구가 작지만 볼도 잘 차고 터프하잖아요. 저도 어서 그런 선수가 돼야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지난해 아시아청소년대회 일본과의 4강전에서 보여줬던 프리킥 동점골을 기대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중요한 순간에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지만 강한 남자 김동석은 포부 역시 컸다. “부담보다도 기대가 많이 되요. 제 실력을 냉정히 알아볼 수 있을테니까요. 세계적인 대회잖아요. 제 이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꼭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싶어요.”

 

 

 박종진(제프치바,MF)
“청소년대표팀 친구들이 J리그 선수라고 놀려요(웃음). 그래도 저한테 J리그 어떠냐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봐요. 그런데 저는 K-리그 경험이 없으니까 비교해서 말해주지는 못해요. 그냥 처음 뛰었을 때는 템포가 빨랐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재밌게 뛰고 있다고만 말해주죠. 대학무대에서만 뛰다가 J리그로 진출한 건데 일단 예전보다는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아서 좋아요.”

 

 박종진에게 이번 U-20 청소년월드컵은 두 번째 참가다. 2년 전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박종진은 만 18세라는 가장 어린 나이로 예선 3경기에 교체로 출장했다. 경험으로 따지자면 현 청소년대표팀에서 선배 격인 셈이다. “이번 청소년대표팀은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잖아요. 다들 소속팀에서 많이 뛰었고 U-17 청소년월드컵에 나갔던 경험들도 있고. 특별히 제가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에게 처음으로 U-20 청소년 월드컵에 나갔던 그때의 기억을 묻자 고개를 설래 설래 젓는다. “진짜 긴장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경기 끝나고 나선 ‘들어가서 뭐했나’라고 후회했죠. 교체로 뛰어서 출전시간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적은 시간동안 뭔가를 보여줘야만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움이 많아요. 올해도 예선에서 브라질을 만나요. 2005년에는 저희가 계속 끌려가다 졌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강하게 압박을 들어가 대등한 경기를 치르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청소년대표팀에서 포인트가 없는데 기회가 되면 욕심내서 골도 한번 넣어보고 싶어요.”

 

 그러나 골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전이 보장되야한다. 이는 신광훈과의 주전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당일 날까지 모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에요. J리그 진출할 때도 좋은 모습 보이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겠죠. 이를 갈고 있으니까 지금 제 앞에 놓인 좋은 기회를 꼭 잡고 싶어요.”

 

 

 배승진(요코하마FC,DF)
 “J리그 행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 책임 져야죠. J리그 무대에서 많이 뛰고 싶어요. 그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점점 발전해야죠. 그래서 성인대표팀에 가는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노력하려고요.” 울산대 문기남 감독은 배승진에 대해 “열심히 하는 친구에요. 스스로 뭘 해야 하는지 압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면서 자라 끈기와 투쟁심도 있어요.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극진하죠”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내가 최고라며 살짝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문기남 감독은 “수비수면 수비수답게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싸울 줄 알아야한다. 너는 아직 멀었다”라며 야단쳤다. 그런 과정 속에서 배승진은 전문 수비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서 배승진은 오른쪽 수비수로 뛸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중앙수비수로 투입될 수도 있다. 배승진은 “일본에서도 중앙수비수로 뛰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자리가 편해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브라질과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돼있다. 이를 떠올려봐도 자신감은 여전할까?

 

 “전혀 개의치 않아요. 출정식 때 이영표 선수가 그랬어요. 운동장에서는 다 같은 선수라고요. 부담감을 갖고 들어가면 될 것도 안 되잖아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할래요.”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서의 목표를 묻자 “‘배승진은 이런 선수다’라는 걸 플레이로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수로 보이고 싶냐고 묻자 “좋은 선수”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현범(연세대,DF)
 “원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는데요, 이번에 (박)정혜랑 (최)철순이 형이 다치는 바람에 몇 번 측면에서 수비도 봤어요. 이번 대회에서도 아마 수비수로 기용될 것 같아요. 그런데요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저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도 많은데…(웃음).” 그에게 “그래도 대학무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아니냐”고 되묻자 “여기서는 그냥 묻어가는 선수죠”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청소년대표팀 동료들은 불과 1년 만에 프로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 때문에 주눅이라도 들은 걸까?

 

 “그런 건 아니지만 (기)성용이만 봐도 그래요. 작년에 2군에 있을 때는 마음 아파하고 만날 저한테 힘들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게임도 많이 뛰고 실력도 부쩍 들고 국가대표까지 뽑혔잖아요. 그 모습 보면서 저도 빨리 저렇게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일단은 빨리 프로에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운이 나쁜 놈은 아니니까 열심히 하면 좋은 일 있겠죠?”

 

 그래도 다행히 박현범의 가슴에는 자신을 향한 믿음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 자세에 있었다. 그래서 박현범이라면 청소년대표팀의 수비불안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해줄 것만 같았다. 그는 “어느 팀이나 수비는 항상 문제라고 하잖아요. 만날 ‘수비가 약하다’,‘문제 많다’고 하지만 어쩌겠어요. 골 먹으면 지적 받을 수밖에요. 저희 입장에서는 속상하죠. 못하고 싶어서 그런 건가요. 그래도 투정부리거나 변명할 수 없겠죠. 싫은 소리 안 들으려면 더 잘해야하겠죠. 저도 제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에게 열심히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죽어라해야죠. 그렇다고 죽어라만 뛰면 안 되겠죠(웃음). 잘한다고 미리 기죽기보다는 과감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러서지 않을래요.” 그 당찬 각오 역시 보기 좋았다.

 

 

 안현식(연세대,DF)
 사실 안현식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그것도 상당히. 연세대 최태호 코치는 “현식이는 중학교 때부터 지켜봤던 아이에요. 초등학교 때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했던 터라 상당히 스피드가 좋아요. 1대 1 상황에 아주 강해 뚫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단점이라면 공격 시 패스 워크가 좀 떨어지는 편이라는 거겠죠. 그 점만 보완한다면 큰 선수가 될 거예요”라고 호평했다.

 

 지난 해 안현식은 아시아청소년대회 최종 멤버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이번 U-20 청소년 월드컵은 그에게 첫 번 째 기회이자 도전인 셈. 그러나 그는 크게 부담은 없다고 답했다. “쉽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큰 경험이잖아요. 절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대표팀 수비수 안현식. 이렇게 저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