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속바다,혹은별들

행복한 우리집

헬레나. 2002. 12. 5. 03:21

엄마가 학생들에게 들려줘야한다며 공테이프에 음악을 녹음시켜달라고 부탁하셨다. 섹션 TV에 나온 신민아와 조인성의 인터뷰를 보고서 녹음을 했다. 그때 시간이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

 

안방 문을 열었더니 불이 꺼져있었다. 엄마만 깨워서 드려야지, 하는데 어두운 방안에 아빠의 실루엣만 보였다. 어, 엄마가 어디갔지? 이 밤에 엄마가 없다는게 이상해 아빠를 깨웠다. 아빠, 엄마가 없어졌어.

 

아니다. 엄마는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꼭 안고 자느라 넓은 아빠 어깨에 가려져 엄마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이 딸은 그 난리를 쳤으니. 눈치 없는 딸,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나는 엄마 손에 테이프를 쥐어주고 바로나왔다.

 

아직도 우리 엄마, 아빠는 잘 때 꼭 안고 자는구나.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이제는 익숙해진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살과 살이 맞닿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온몸으로 느끼며.

 

동생은 시험공부하며 밤새는 나를 위해 야참으로 라면을 끓여주었고, 김치와 밥까지 손수 내왔다. 그리고 감기가 아직 덜 낫지 않았냐며 뜨거운 물까지 준비했다.

 

라면을 먹지 않아도 행복에 배부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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