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있던 방

아틀란티스 소녀

헬레나. 2003. 6. 9. 16:51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구름 위로 올라가면 보일까. 천사와 나팔부는 아이들.
숲속 어디엔가 귀를 대보면 오직 내게만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
꿈을 꾸는 듯이 날아가볼까. 저기 높은 곳 아무도 없는 세계.
그렇게도 많던 질문과 풀리지 못한 나의 수많은 얘기가
돌아보고 서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잊고 있던 나만의 비밀.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뭔가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까만 밤하늘에 밝게 빛나던 별들 가운데 나 태어난 곳 있을까.
나는 지구인과 다른 곳에서 내려온거라 믿고 싶기도 했어.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뭔가 잃거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뭔가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너무나도 좋은 향기와 바람이 나에게로 다가와.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가만히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
귀를 기울이고 불러보세요. 다시 찾게 될거에요. 잊혀진 기억.
나 이제 더이성 놓치진 않아. 나의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왜 이래 나 이제 커버린 걸까. 뭔가 잃어버린 기억.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기도할래.
-보아 새앨범 중, 아틀란티스 소녀.

영화 아틀란티스가 생각난다. 이 영화 속 주인공 마일로도 꿈을 잃지 않았었지. 그리하여 잃어버린 거대한 제국, 아틀란티스를 찾아냈지.

 

영화를 지배하던 거대한 푸르름과 초록세상이 생각난다. 대학 1학년 첫 여름방학. 메가박스에서 처음으로 혼자 본 영화, 아틀란티스. 조조티켓을 끊은 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모카를 샀다. 아이스모카를 먹으며 만화영화를 봤다.

 

나는 혼자서 그렇게 월트디즈니가 선사한 장대한 영상에 감탄하며 봤다. 아틀란티스 제국을 찾기 위한 잠수함이 등장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애니메이션이 블럭벅스터 영화처럼 실감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영화를 보고 혼자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먹으며 다음 영화가 할 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볼 다음영화는 진주만. 원래 영재오빠랑 같이 보기로 했는데 당시 오빠는 작업 중인 그녀와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럼 뭐 혼자봐야지.

 

혼자 버거를 먹고 있는데 옆에서 중년의 아주머니가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지? 혼자 먹는 모습이 신기한가?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혼자 먹는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까. --;; 이봐요? 혼자 점심 먹는 사람 처음 봐요? 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가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excuseme..."

 

그녀는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 그것도 내내 쳐다본 이유는, 내게 언제 말을 걸어야할지 몰라서였단다. 아항. ^^ 그녀는 내게 이태원에 가는 방법을 물었다.

 

지하철 노선도를 가르키며 설명을 해줬는데 그래도 잘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그래서 종이에 갈아타는 순서를 적어주었다. 한국은 2번 째 오는 것이라고 한다. 2번 째 한국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싱가포르도 좋은 나라라며 한번 놀러오라고 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들고 있던 스케치북에 지나가던 사람들을 크로키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진주만을 보러갔다. 그리고 나는 혼자 그 영화를 보다 결국 울고 말았다.

 

어떻게 그 영화를 보고 울 수 있냐며, 그런 형편없는 스토리의 영화도 영화냐며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때 나는 외로웠고 세 주인공의 엇갈리는 사랑은 나를 슬프게 했다. 엇갈리는 사랑. 그것은 언제나 내가 하고 있던 것이었으므로.

 

영화를 보고 학교로 와서 미술과외를 받았다. 당시 나는 우리학교 미술학부 서양화 전공 중인 한 선배에게 미술을 배우고 있었다. 그날 열심히 찌개 그릇을 뎃생했지.

 

그해 여름, 나는 열심히 미술을 배웠고, 매일 내 손은 4B연필이 남긴 흔적으로 뒤덮혀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누드크로키 수업을 들었고, 내가 그린 그림들을 보며 킬킬대던 남자 선배들이 있었다. 그 선배들은 내 그림을 본 댓가로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사줬다.

 

그해 여름, 내 머리는 아주 길었고, 바람 대신 내 머리칼을 넘겨주는 무엇이 있었다. 그 무엇은 내게 입학 당시 받았던, 학번이 새겨진 학교뱃지를 줬고,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를 사주곤했다.

 

그해 여름, 나는 YT를 하게 됐고, YT훈련이 시작함과 동시에 그 모든 것들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아틀란티스 소녀가 찾아낸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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